얼마전에 요잔님께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지만 EBS에서 한의학강의를 해서 유명해진 한의사분이 계십니다. 저도 그 방송을 몇번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번은 그 분이 방송에서 하시던 예불문 한 구절을 듣고서 참 듣기 좋다는 생각에 예불문을 구해서 외웠던 적도 있습니다.

2년쯤전에 그 분의 강의를 한달여동안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거의 다 침술이나 한약처방을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강의에서 한의학얘기도 하지만 다른 얘기도 참 많이 하시던군요.

본인 스스로, 입적하신 조계종스님의 제자라고 하고, 수강생들에게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해서 조사하고 별의 교단 해체선언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 주시더군요. 그 밖에도 불교를 포함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실, 제게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습니다만, 종교적인 배경이 다른 수강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 분의 카리스마가 워낙 대단해서 그런지 다들 고분고분하게 죽비소리에 잘 따라 하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분의 가르침중에 다른 건 잘 모르겠고, 한가지 굉장히 인상적이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강한 여운이 남아 있는데요. 바로 '돈 후앙의 가르침'입니다. 그 분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예전에 널리 알려졌던 내용들 - 말하자면, 제 세대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보다 더 유명한 것 처럼요- 을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그 분이 어떤 책의 한 페이지를 복사해서 나눠주시고 조사해 보라고 숙제를 내 주셨는데, 그 책이 바로 '돈 후앙의 가르침'이었고, 나눠준 내용은 '네가지 적들'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네 가지 적들은, 첫번째가 두려움, 두번째가 명석함, 세번째가 힘이고, 각각 그 적들은 그 전단계의 적들을 물리친 결과가 됩니다. 그러니까, 두려움을 물리치면 명석함이 찾아오고 그 명석함이 다시 또 적이 되어서 그 명석함을 물리쳐야 힘이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정확히 잘 이해는 못했지만, 하여튼 제가 그 부분을 읽었을때 저는 첫번째 적인 두려움을 물리친 '명석함'의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저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그렇다면, 제게는 두번째 적 즉 명석함이 적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이 2년전입니다. 지금은, 여전히 잘 알지는 못 하겠지만 두번째 적인 명석함을 물리친, 아니 물리치기 시작한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힘이 찾아와야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얼마전부터 제게 힘이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명석함이라는 적이 슬슬 물러가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곳(명상나라)에서 얻은 가르침이 아주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 얘기 올리는 거 많이 창피한 일이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올려봅니다. 제가 엇나가고 있다고 생각되시거들랑 심하게 나무라지는 마시고, 너그럽게 타일러주시기 바랍니다. 전 잘 모르기도 하고 힘도 전혀 없는 사람이니까요. 정말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선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이 바뀌는 방법  (0) 2009.05.14
2009년 한국의 자화상  (0) 2009.04.06
네가지 적들 중 두번째 적  (0) 2009.04.02
마늘냄새  (0) 2009.03.25
부익부 빈익빈  (0) 2009.03.25
마이너리티  (0) 2009.03.14
Posted by 일호 김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