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함부로 글 쓸일도 아닌 것 같다. 자주 가는 게시판이 있어서, 댓글을 좀 길게 썼는데, 누가 자기와 너무 비슷하다며, 긴 쪽지를 보내왔다. 자기도 살기가 너무 많다고. 이제 이런 얘기들은 옛날얘기가 되버렸는데, 지금의 자기와 비슷하다며 보낸 쪽지는 섬뜩하게 생각되었다. 써놓고 보니, 내가 좀 오해의 소지가 가게 써 놓은 듯도 하다. 지금의 나를 보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때의 나, 군대때의 나라고 했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나를 드러내는 건 조심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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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년쯤 되었나요? 자기가 다니던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기도 목숨을 끊은 조승희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이후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서, 꼭 저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고등학교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라고 썼어야 한다!!!) 그때의 저는 별 문제없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머리속에서는 맨날 등교하는 학생들과 선생들을 쏴 죽이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총이 그러니까, MP5A5와 M60중에 어떤 총이 더 많은 학생들과 선생들을 죽일 수 있는가 하는게 저의 유일한 화두였습니다. ^^ 안타깝게도 한국은 새총말고는 고등학생이 살 수 있는 총이 없어서 제 계획은 불발로 끝났습니다만.
 
몇년전에 전방GP에서인가 한 청년이 여러명 죽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참 또 저를 보는 것 같더군요.(참 또 군대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라고 썼어야 한다!!!) 그 GP에서는 구타는 없었던 것 같지만, 꼭 구타가 아니라 말로 갈구는 것도 사람 돌아버리게 할 수 있거든요. 절 갈구던 고참,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제가 얼마나 미웠을까 싶지만, 그 고참은 저를 패기도 많이 팼지만, 그 인간이 말하는 걸 듣노라면 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서 이 인간을 정말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지요. 안타깝게도 저는 공포탄만 휴대가능하던 후방이어서 ^^
 
저는 대학 1학년때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서 성당에 갔었습니다. 교리공부도 열심히 하고 피정도 갔다 오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별로 믿기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개근한 것도 아깝고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신다고 아멘하고서 새로운 이름도 받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왠걸 새로 태어난지 한달만에 명리학공부를 하게 되었고, 서른쯤 되던때에는 불교책을 보다가 할렐루야하고 불자가 되었고, 같이 명리학 공부하던 후배는 언제부턴가 중이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 제가 스승으로 따르던 분한테 같이 가고 난 다음에는 진짜 중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저는 직장도 때려치우고, 길거리오뎅도 안 팔고 치킨배달도 안 되는 곳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명리학공부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은 지 팔자대로 사는 구나, 저는 어렸을때부터 돈 얼마 벌지 그런 건 별로 관심이 없고(여자는 좀 관심이 있었습니다만 ^^) 이 인간은 왜 이런 인간인가 하는 것이 궁금했었거든요. 사주팔자란게 자세히는 알 수 없어도, 이 사람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이다라는 건 대충 알려주는 게 있어서, 가만 보니 게으른 사람은 게으르니까 게으른 거고, 똑똑한 사람은 똑똑하니까 똑똑한 거지, 지가 똑똑하고 싶어서 또는 게으르고 싶어서 그렇게 된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전에 보니 여기 상담게시판에 누가 사주물어보던데, 이제 저는 사주 안 봅니다. ^^)
 
여기 와서 누가 왜 여기 왔냐고 하면, 농반 진반으로 술 못 먹어서 왔다고, 그렇게 술먹기가 고역이었는데, 여기 와서 포도주랑 체리를 같이 먹어보니까 오~ 괜찮네. 이젠 와인도 소주잔으로 한 잔정도는 마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기사 예전엔 회를 무슨 맛으로 먹남 그랬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지요. 기억에 오쇼가 육식은 아름다운 짓이 아니다라고 한 것 같은데, 회 맛있는데.....쩝~
 
사람들하고 얘기를 하면, 글쎄 '너가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거지'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다가도, 듣는 자는 말하는 자의 얘기를, 말하는 자의 얘기가 아니라, 듣는 자의 얘기로 들으니, 말하는 자의 얘기가 듣는 자에 가서 닿지를 않겠더라고요.
 
조승희랑 군대얘기는 삼청교육대 얘기듣다 보니 생각이 났고, 성당갔다가 10년만에 불자된 얘기는, 절이 당집하고 비슷하게 여겨지던 시절에 대학생불자가 되신 미래의 오쇼제자가 계셔서, 저도 한번 보태 봤고요. 명리학 얘기는 '니가 사는게 사실은 니가 사는게 아니다'가 혹시 아닐까 싶어서 해 봤고요, 포도주 얘기는 그 미래의 오쇼제자분께서 복분자술 좋아하신다고 한게 생각이 나서 한번 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는, 어딜 가도 듣는 자가 말하는 자의 얘기를 안 들어주려고 해서, 이곳에서 한번 얘기해보았습니다. 정신없으셨다면 죄송합니다. ^^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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