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못하고 말한다. 부탁한다. 이제 그만해라.

 

언론에 부탁한다. 이제 그만해라. 이제 제발 그만 취재해라.

 

취재해봤자 더이상 나올 기사거리도 없는데, 없는 기사거리 만들어내느라 고생하지 말고 이제 그만해라. 더이상 니들입에서 오르내리는 거 보고 싶지 않다.

 

시골마을에 조문가는 사람들, 그만해라. 눈물이 절로 나는 사람들 빼고는 가지 마라. 사람구경하러 거기까지 가야겠냐? 이제 그만 해라.

 

국민장해야한다고 하는 사람들, 이제 그만해라. 시청앞광장 열어야한다는 사람들, 그만해라. 국민장 정말 반대한다. 영결식 서울에서 왜 하나? 왜?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 거기서 해야 하나? 제발 좀 그만해라. 개나소나 어중이떠중이한테 끝까지 놀림감되고 싶지 않다. 명계남이 말한대로 가족장으로 해야한다. 평생 동지들, 친구들, 그리고, 설문조사라도 해서 끝까지 지지했던 사람들, 진정 사랑하고 좋아했던 사람들,  그가 있어서 행복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가 없어서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는 사람들만 참석하는 장례식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국립묘지 가면 안 된다. 독재자들과 죽어서도 옆에 있어야 하는 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노사모는 구역질나고, 친노는 꼴보기도 싫은 사람도 입 다물어라. 그 사람들이 그 분에게 그나마 끝까지 힘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그게 싫으면 그 분도 싫어해야 말이 맞다.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야 소중함을 알았다며, 이런 저런 헛소리 늘어놓는 인간들, 이제 제발 그만해라. 역겹다. 니들이 언제 지지하기라도 했냐? 그리고 니들이 뭔 생각이라도 있었냐? 나팔들이 나팔부는대로 생각도 없이 그런가 보다 한 무뇌아들. 니들 보다는 차라리 한결같이 비판하는 인간들이 더 낫다.

 

그분에게 실망한 사람들, 난 당신들에게 뭐라고 하는게 아니다. 나도 입장바꿔 생각해본다. 만약에 그 분이 임기중에 조선일보에 머리를 조아렸으면 어땠을까? 하고. 나도 어쩌면 돌아섰을것이다. 그러니, 당신들이 실망하고 돌아선 것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김규항이나 박노자같은 이는 예의를 갖추었을뿐, 이제 와서 딴소리하지는 않더라. 인간에 대한 예의와 단지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말 바꿔서 칭송하는 그런 헛짓거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니네들도 그냥 가만히 있어라. 아무말 말던가, 아니면 지금까지 하던대로 해라. 민주당 니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니들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당신들이 싫어했으면 싫어한대로, 지지하지 않았으면 지지하지 않았던 대로 지금도 그렇게 하라는 거다. '사람이 담백해야지' 그 분은 여기서 말 다르고 저기서 말 다른 거 아주 싫어하셨다. 이제와서 국부니,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었는데 하는 소리들, 다 쓸데없다. 언제 그 분이 그런거 따진 적 있나? 내가 대통령인데 하는 생각이 없던 분이다. 내가 이 나라의 국부고, 내 밑의 백성들이니 내가 어루만져주겠다는 그런 생각이 없던 분이다. 국민이 대통령이었던 분이다. 그러니, 그동안 싫어했으면 지금도 싫어해라. 괜히 지금와서 꼴값떨지 말고 그냥 무한도전이나 보면서 낄낄거려도 된다.

 

덧붙여 조중동, 너희들도 그만해라. 좋으면 좋은대로 티내도 된다. 괜히 어쩌고 저쩌고 맘에도 없는 애도니, 명복이니 하는 소리 안해도 된다. 말 안해도 안다. 그러니, 맘에 없는 소리하느라 힘들게 살지 마라. 보기도 안쓰럽고 구역질만 나온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견찰, 독재자 딸 다 포함해서, MB정부에 말하는데, 니들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된다. 아무 탈 없다. 니들도 그렇고 니들 대장도 겁많은 거 아는데, 겁낼 필요 없다. 이 사람들 단지 며칠 지나면, 다시 또 지들 집값 오르나 안 오르나 걱정할 것이고, 지들 자식 1등시킬 생각만 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돈 많이 벌어서 자기 한 몸, 자기 자식 잘 살 수 있나 이런 생각으로만 살 사람들이다. 그래서 니들이 지금까지 잘 사는 것이다. 그러니, 촛불같은 거 겁낼 필요없다. 니들 꼴리는 대로 하고 니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아라.

 

오늘 학교에 갔다가 유튜브로 동영상을 봤다. 파란 눈, 검은 피부 아이들 속에서 손수건이 젖도록 소리죽여 울었다. 슬픔에 잠기면 더 이상 분노할 힘도 없다. 그냥 무서울 뿐이다. 그러니 제발 그만 좀 해라. 제발 좀 그만 해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며 / 도종환
날은 흐리고 바람도 없는데 찔레꽃 하얀 잎이 소리 없이 지는 오월입니다. 부엉이 바위를 향해 걸어 올라가던 산길에도 찔레꽃은 지고 있었을까요? 야생의 들찔레같이 살다 간 당신을 생각하니 나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비록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지만 철저한 비주류였습니다. 가난해서 상고를 졸업했던 비주류. 죽어라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고시에 합격했지만 거기서도 역시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이 나라에는 최루탄 터지는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고 재야로 살아도 거기 역시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을 해도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으며, 대통령을 해도 비주류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 지방군수 출신을 행자부 장관에 임명하고 여성에게 법무부 장관이나 총리를 맡기는 걸 보면서 이 나라 주류들은 속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그 자체가 재벌 권력이며 자기가 권력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인 주류 신문과 맞짱을 뜨려 하는 모습이 가소로웠을 겁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을 때 중심에 있는 이들은 마땅치 않았을 겁니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반드시 내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확신하였을 겁니다. 틈만 나면 지역중심 정치구조를 혁파하겠다고 하고, 청렴하게 살겠다고 하는 걸 보며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비웃었을 겁니다.

속물에 의한, 속물을 위한, 속물의 정치, 스노보크라시가 정치의 본질이라는 걸 현 정권은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까? 그게 정치이고 그래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지금 얼마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까? 그런 권력을 당신은 권력기관에 하나씩 돌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참 바보 같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사회를 민주화하는 일에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경제를 민주화하는 일에는 능력이 부족하여 자유화의 길로 가게 내버려 두면서 현실 정치의 한계를 절감하였을 겁니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그것이 우리 전체의 한계라는 걸 받아들이기보다는 당신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더 컸습니다.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자리에 서 있는 나는 관전평이나 하고 편하게 욕이나 하면서 몇 년을 보냈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회는 분명히 이성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그러나 주류의 존재의 이유는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사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런 따위가 아닙니다. 그건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비주류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주류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신이 더 철저히 놀림거리가 되지 않고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당신을 죽이면 주류 정치인이 다 죽는다는 경험을 탄핵사건 때 한 적이 있어서 잠시 눈치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여론의 흐름을 천천히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할 것이고 당신의 모습을 지워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시골로 내려와 농사짓고 동네 뒷산 지키는 환경운동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여기서 당신의 생이 끝나고 만 것이 가슴 아픕니다. 이 나라 역사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주류가 이끌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역사에 그래도 덜 부끄러운 기록들이 있다면 그것은 비주류가 목숨을 걸고 저항하며 만들어낸 순간들이 있어서입니다. 당신이 떠난 뒤에도 당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여전히 남아 다른 바보들이 그걸 실현하고자 또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바보 같은 당신, 당신이 부엉이 바위 근처 어디에서 밤이면 부엉이처럼 눈을 뜨고 어두운 세상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주류들이 모여 있는 국가원수 묘역으로 가지 말고 봉하마을 뒷산에 머무시기 바랍니다. 그게 당신에게 더 어울립니다. 작은 묘비 하나로 있는 게 더 보기 좋습니다. 더러운 땅은 더러운 이들에게 맡기고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7067.html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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