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따의 죽음

똑똑했던 바보가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의 가난뱅이. 욕심도 없고 꾸밀 줄도 모르고 생긴 것은 문둥이같았습니다. 똑똑했던 이 바보는 어느 날 믿을 수 없게도 반장이 되었습니다. 반장이 된 이유는 여기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이전의 반장을 지지하던 다른 고향의 아이들이 있었고, 그리고 이 바보의 똑똑함과 솔직함, 순수함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고만 말하겠습니다. 도저히 반장이 될 수 없었던 이 바보는 바람을 업고 반장이 되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바보가 반장이 되자 경악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힘세고 돈많고 성적좋고 잘생기고 집안좋은 학생들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은 두려워졌습니다. 이 반장은 똑똑했고, 그대로 놓아두다가는 지금까지 자기들 마음대로 하던 것들을 못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자기들이 떡주무르듯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반장편에 서서 기어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습니다.

이들은 반장을 왕따시키기로 했습니다. 말끝마다 무시했습니다. 하는 말마다 조롱했습니다. 못생겼다고 놀렸습니다. 뭐든지 간에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놓고 무능력하다고 빈정댔습니다. 반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습니다. 반장이 반장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것조차도 무능력자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반장탓이라고 했습니다. 나팔부는 아이들은 힘있는 아이들의 말을 퍼뜨렸습니다. 힘세고 돈많은 아이들을 선망하던 아이들이 이들의 말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힘있는 아이들과 나팔에게 길들여지면서 다른 아이들도 어느새 왕따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반장에게 실망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힘세고 돈많다는 이유로 자기들 마음대로 해대는 아이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똑똑한 이 아이들은 반장이 좀 더 화끈하게 못하는게 불만이었습니다. 이들도 반장을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진 않았지만 이 아이들은 목소리가 컸습니다. 물론 여전히 반장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였습니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이 아이들은 반장이 왕따당하면서 같이 욕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반장은 왕따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반장은 똑똑했지만 바보였습니다. 그래서 타협할 줄도 모르고, 굽힐 줄도 모르고 더군다나 계산할 줄도 몰랐습니다. 반장은 투명하게 한다며 자기에게 주어진 힘도 놓아버렸습니다. 사실 있었다 해도 쓸 수도 없었습니다. 반장은 완전히 왕따가 되었고, 임기가 끝나고 반장에서 물러났습니다.

새로 반장이 된 아이는 힘세고 돈많은 아이들편이었습니다. 이 반장은 세상에 타협할 줄 아는 아이였고 돈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힘세고 돈많은 아이들에게 길들여진 학생들은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새로운 반장에게 표를 몰아줬습니다.

반장이 바뀌고 나자, 힘세고 돈많고 잘생기고 집안좋은 아이들은 왕따가 되버린 전임 반장을 더욱 더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혹시라도 다시 또 나설까봐, 그래서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데 방해될까봐 완전히 싹수를 잘라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왕따가 되버린 반장은 책이나 읽으며 살고 싶었지만, 자기를 완전히 매장시켜버리려는 움직임에 숨을 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왕따가 된 것도 힘든데, 올가미가 걸려오자 더욱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완전히 매장되고 자기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버릴 것 같았습니다. 반장은 자기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죽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몸을 죽임으로서 인을 이루고자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창문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왕따가 되어버린 전임 반장이 죽자, 학생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혹시 자기가 죽인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들지는 몰랐습니다. 그냥 반장이니까, 남들이 욕하길래 그냥 나도 따라한건데 그렇게 죽어버리다니. 다들 따돌리길래 나도 그런건데, 미안해졌습니다. 그러고보니 전임반장이 나한테 잘못한 것도 별로 없습니다. 괜히 모르고 그랬나 싶습니다. 왕따의 죽음을 겪고 보니, 미안한 생각이 더해지고 내가 잘못한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세고 돈많은 학생들도 조금 놀랐습니다. 미안할 건 없지만 혹시나 다른 학생들이 기어오르는 계기가 되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입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살살할 걸 그랬나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겁니다. 나팔도 전부 우리 편인데다가, 아이들도 모두들 자기처럼 되고 싶어합니다. 지금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아이들도 조금 있으면 다시 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분간만 조금 몸 사리면 됩니다.

전임반장에게 비판을 했던 아이들도 놀랐습니다. 다른 반장과는 달리 착한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자기도 왕따를 시키긴 했지만, 별로 잘못했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착한 아이가 죽었다고 해서 내 말이 틀린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왕따를 좋아했던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너무나 슬퍼졌고, 화가 났습니다. 그를 사랑했고, 그가 있어서 행복했기에 그를 지켜주지못해서 미안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분노에 어쩔 줄을 모르게 되었습니다.

얘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바보였던 왕따의 삶을 선택한다면, 그 왕따는 더 이상 왕따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제 욕심일지 모릅니다. 바보였던 왕따의 죽음은 잊혀질 것입니다.

당신은 이 아이들 중 누구입니까? 나는 그 왕따였던 아이를 아주 좋아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바보처럼 왕따의 삶을 살아간 그 아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처럼 살리라, 그 아이를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었습니다. 겁많은 나는 두려워집니다. 아무래도 바보였던 왕따처럼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일호 김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