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스승님으로 모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법회가 끝나고 인사를 드리는데, 인자하게 제 손을 잡으시고는 요즘 스트레스가 아주 많네. 아주 힘든가 보지? 중이 되도 그래. 부처가 되기전에는 다 마찬가지야하셨습니다. 직장생활이 아주 힘들때였는데, 감격스럽더군요. 열심히 수행해서 빨랑 부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구도의 길에 들어서기전에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성직자들, 그러니까, 훌륭한 스님들이나 가톨릭 사제들은 옆에만 가도 그 분의 인격에 감화가 되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그런 분들의 인자함에 내 마음도 절로 고요해지는게 아닐까? ~ 나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앞에 말한대로 그때 스승님으로 모시던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실때 무척 감격스러웠고, 소위 말하는 스승님에 대한 신심이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꼭 그럴것만도 아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훌륭한 스승님이라는 분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그 분이 저의 힘든 삶을 위로하기는 커녕, ‘웃기지 마라고 힐난한다고 했을 때, 그렇다 해도 그것이 훌륭한 스승님이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는 거지요. 잘은 모르지만 그냥 그럴 것 같습니다. 많은 선가의 일화도 그렇고. 그러니까, 꼭 인자하다고해서 자상하다고 해서 저를 잘 위로해준다고 해서 그것이 훌륭한 스승이고 올바른 스승이다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왜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너 부자되게 해줄께에 많은 사람들이 표를 던진 것, 나도 이명박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가 깔려있겠지요. 그건 그렇고, 이명박씨의 개인적인 장점이랄까, 재주랄까 그런 건 어떤게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이명박씨는 어딜 가나 그 마음 잘 안다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노점상한테 가서도 내가 노점상 해 봐서 잘 안다데모꾼한테 가서도 내가 옛날에 학생운동해봐서 잘 안다죄수한테 가서도 내가 옛날에 감옥가봐서 잘 안다기업가한테 가서는 물론 내가 기업해 봐서 잘 안다’ ‘밥 굶어봐서 잘 안다’ ‘딸 키워봐서 잘 안다  마사지받아봐서 잘 안다’…..

이런 말들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가 아는 한도내에서만 알 뿐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네 마음 안다고 하는 것에는 너와 척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깔려있는게 아닐까 하고 추측해봅니다. 이런 분은 돈이 더 중요하고 환심을 사는게 중요하지,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른 건 그다지 중요한게 아닐 겁니다. 아마 황석영씨도 이명박씨의 이런 다정한 마음에 넘어간게 아닐까 싶네요. 사람들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반대로 노무현은 이와 다른 것 같습니다. 듣는 사람 마음은 별로 상관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말해버리죠. 여기가 아파요 했을때, 이명박은

그래요? 많이 아프겠군요. 나도 아파본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내가 안 아프게 해드리겠습니다인데,

노무현은 거기가 아픈 이유는 이래 이래서입니다. 그렇게 된데에는 당신이 잘못한 것도 있습니다. 앞으로 안 아프려면 당신은 이렇게 해야합니다. 이런 것들은 당신 탓이고 당신이 해결해야합니다. 누구도 당신을 안 아프게 해 줄수 없습니다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전부터 이명박과 노무현이 비슷하다고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군요. 그 얘기들을 들을때마다 아닌데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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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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