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 가면 박노자의 블로그가 있는데, 얼마전에 누가 시비를 걸었다.

"너는 왜 댓글에 대한 답을 안 하냐? 잘났다고 무시하는 거냐?"

나도 내 블로그의 댓글에 답을 잘 안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별로 할 말이 없어서다.
"아~ 그러세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얘기라면 안 하는게 낫다 싶어서다. 나의 블로그는 무슨 싸이월'도'나 인기좋은 블로그처럼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런 페이지가 아니다.

나는 두가지 이유로 블로그를 하는데, 첫째는 기록용이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는 도구이다. 두번째는 배설용이다. 나는 나의 얘기를 할 뿐이다. 누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무슨 칭찬을 듣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러니, 나의 블로그는 사실 나의 독백에 다름아니다. 한마디로 공개된 일기장인 셈인데, 최근에 이런 내 생각을 고치게 한 두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첫번째는, 내가 글을 쓰면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중이라, 법명이다) 써버렸는데, 그걸 내가 즐겨찾는 블로거 중 한명이 알아본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과는 한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괜찮다. 그 사람이 아는 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더 심란한데, 나를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내 블로그를 방문한 것이다. 공개된 내 블로그주소를 따라서 말이다.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나의 익명성은 완전히 해체가 되어버린 셈이다.

사실, '발언'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니, 완전한 익명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진 상태에서는 자신의 내밀한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내에게도 안하거나 못하는 말,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귀 가진 사람들에게 못하는 말을 여기다 하는 건데, 이런 상태에서는 지금까지의 '털어놓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블로그를 폐쇄하고, 이곳으로 다시 옮겨오게 되었다. 마지막 블로그는 상당히 공을 들여서 만들었고, 또 채 두달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냥 계속 쓸까도 했지만, 결국은 폐쇄해버렸다. 과연 이곳에는 얼마나 익명의 섬으로 남을 수 있을려나.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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