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새해이다. 이번엔 2011년이 묵은 해가 되고 2012년이 새해가 된다.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낯설은 모습은 신년맞이에도 예외가 아니다.
 
12월 31일 자정이 되기 전 서울의 종로거리나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앞이나 똑같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1월 1일이 되는 순간 시드니의 하버브릿지에서는 요란한 불꽃놀이가 시작되며 새해를 축하한다. 같은 시간 한국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보신각의 종소리는 묵은 해를 보내는 제야의 종소리이다. 같은 시간에 서구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축포가 퍼지고, 한국에서는 지난 해를 떠나보내는 종소리가 퍼진다. 한국에서는 먼저 묵은 해를 보낸다고? 그렇다면, 새해는 언제 맞이하는가?
 
한국의 새해는 1월 1일 영시가 아니라 새벽시간, 일출과 함께 시작한다. 한국의 새해는 해가 떠야 비로소 새해이다. 방송국의 카메라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은 뜨는 해를 보러 바다로 산으로 급기야는 교통정체에 도로 위에서 새해를 맞게 된다. 해가 뜨지 않으면 그것은 새해가 아니고, 아침이 아니면 그것은 새날의 시작이 아니다. 자정, 미드나잇이 넘어가면 새로운 날이 되고, 12월 31일이 끝나면 바로 새해가 되는 서양과는 다르다. 미묘하나, 분명히 다르다.
 
혹자는 이리 말한다. 우랄산맥 근처 알타이지역에 태양을 숭배하는 무리가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쫓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주하여 한반도에 정착했다. 나라 이름을 아침해가 선명하다해서 조선이라 했다. 우리가 고조선이라 부르는 그 조선이다. 한반도에 정착한 사람들 중 일부는 또 동쪽으로 일본열도로 갔다. 해의 근본이라 일본이라 했다. 삼족오는 그들의 상징이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때, 엠티를 가서는 밤새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러 꾸역꾸역 기어나가는 이들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산에 올라가도, 나또한 그랬듯이,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일출을 보러 꼭두새벽부터 헤드렌턴을 켜고 천황봉으로 대청봉으로 기어오르는 이들이 아직도 많음을 알고 있다. 한국의 지명, 성산의 일출봉이나 여수의 향일암이나 하다 못해 동해 바다 어디를 가도 아침잠을 줄여 일출을 봐야만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쎄고 쌨음을 나는 알고 있다.
 
한편, 여기 사람들과 별 교류가 없는 탓인지 몰라도 호주인들이 일출을 즐긴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시드니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아침잠을 설치며 낚시를 가고 골프장에 가는 사람은 봤어도 해돋이를 일부러 보러 간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동포들에게 묻고 싶다.
 
"왜? 왜? 해를 맞으러 가는 것입니까?"
 
누군가는 답할 것이다. '한민족은 태양의 후손이요, 태양의 기상을 타고 났소' 그렇다면 파라오의 후손인 이집트사람들과 우리는 배다른 형제가 되는 것인가? 누군가는 답할 것이다. 일출의 기를 받으면 여러모로 좋대요. 아~ 그래서 밤을 새서 술마시는 것일지도.
 
나는 생각한다. 해돋이를 보러 가는 건 이유가 없다고. 해돋이를 보러 가는 건 옆집 철수가 가기때문이고 옆집 철수가 가는 건 그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기 때문이고, 그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호주를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나의 어머니는 호주에 와서 딱 하나 하고 싶은게 있으셨다. 그것은 해돋이를 보러가는 것. 나는 늦잠꾸러기라 한번도 해돋이를 보여드린 적이 없다. 나의 아이들은 해돋이를 보러 갈 것인가? 한국에 살면 그리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해돋이를 보러 가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몇천년동안 변하지 않은, 해돋이를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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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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