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와 산지도 만 7년이 다 되어간다. 7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길었던 시간이다.

많은 경우 시간이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그렇다.

초등학교때 했던 걱정과 고민과 불안들은 어른이 되면 없어진다. 그것은, 초등학교때의 걱정과 고민과 불안이 해결이 된 것이 아니고, 어른이 되면서 그냥 소멸하는 것이다, 라고 오쇼가 말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문제들은 답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로서 해소가 되는 것이다, 라고 나는 이해를 한다.

신부가 강론중에 신자들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살고 있다, 하시는 분 계신 가요?"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말했다.

"나도 옛날엔 미워하는 사람 많았어요."

사람들은 한 평생을 거쳐온 노인의 지혜를 기대했다.
"나도 젊을때는 미워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내 나이가 아흔 둘이 되니까, 걔들이 다 죽었어..!! 다 먼저 죽어서 지금 미워할 사람이 없어."

컬투쇼에 나온 독자사연을 강가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역시, 시간이, 답이다.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해소되는 법이다.

7년을 외국에서 지내면서, 먹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제도 고민이었다. 오늘 저녁반찬은 무얼하나?

냉장고문을 몇번씩 열었다 닫았다해도 마땅한 반찬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국수를 삶았다. 7년을 부엌일을 해도, 아직도 손은 느리다.

고추장에 식초와 설탕을 넣고 비빔장을 만들고, 곯아가는 양상치를 씼어서 썰고, 물이 너무 많은 레바니스 오이를 반을 잘라 채썰고, 풋고추도 하나 썰었다.

아이둘에게는 매운 국수가 버거우니, 간장에 참기름을 뿌려주었다. 큰 아이는 미식가답게 국물을 넣은 국수를 원했다. 오뚜기 국시장국 멸치맛을 끓여줘야했다. 잔치국수에는 파가 들어가야 한다. 파를 썰었다. 아~ 김도 구워야 한다. 허기가 심해져서 손에는 점점 힘이 빠져간다. 눈치빠른 아내가 김을 구웠다.

큰 아이에게 국물을 부워주고 나서야, 계란 지단이 빠졌다는 걸 알았다. 계란지단없이 잔치국수를 먹다니, 역시 난 해탈한 것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다.

외국생활 7년째. 아직 먹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소되어 가는 중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설겆이할때 그릇을 집어던지지 않는다. 그릇을 집어던지고 싶어지면 설겆이를 그만한다. 아내는 그 설겆이를 이어서 한다.

인생의 많은 문제는 해소되어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해소되어 가고 있는데, 굳이 해결할 필요는, 없다, 라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오늘 저녁은 또 무얼 해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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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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