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없는 이 곳, 사방이 지평선이다. 도심을 빼면, 5층건물도 드물다. 이곳 12층에 서면 비행기의 이착륙이 손에 잡힌다. 공항은 도심과 가깝다. 소음. 때문에 비행기는 그 길을 자주 바꾼다. 나누면 줄어드는 법이다.

 

오늘은 비행기가 북쪽에서 온다. 새벽에 내린 비가 개고, 구름은 하늘 뒤로 물러간다. 푸른 하늘, 부시다 못해 시린 하늘이 도시로 다가오고, 비행기는 그 하늘을 난다.

 

오른쪽 하늘 멀리 작은 점이 점점 커진다. 날개가 보이고, 동체와 꼬리날개가 드러난다. 그 덩치가 커지는가 싶더니, 바퀴도 내려와 있다. 햇빛을 받은 색깔은 은빛회색이다. 고요히 비행기는 고도를 낮춘다. 지난 밤의 고단한 비행을 마치고 이제 대지의 품으로 내려간다. 밤하늘과 별빛은 푸른 하늘과 구름이 되었다.

 

비행기는 교회첨탐과 공장의 굴뚝을 지나, 점점 더 커져간다. 커져가는 만큼 느려진다. 그리고는 마친내 가만히 땅에 안긴다. 살포시 내려앉은 비행기는 이제 시야에서 멀어져간다. 공항의 건물들 사이로 멀이 작아지는 수직꼬리날개만이 이제 비행기가 내렸음을, 간 밤의 비행의 끝났음을 말해준다.

 

나는 생각한다. 저 비행기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비행기에서 내려 이 낯선나라에 들어오는 그들에게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외로움을 두고 내릴 수 있다면 그들의 비행은 좀 더 수월했을텐데. 하지만 우리의 숙명은 그럴 수 없나니, 언젠가 다시 돌아간다 해도 외로움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 비행기는 외로움을 내려주지 않기에. 오직 외로운 자만이 비행기를 탈 수 있기에.

Posted by 일호 김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