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개벽
 



도에 관심있으십니까? 하길래,

어렸을적 서점의 역학코너에 사주팔자 풍수지리 관상 수상옆에 빠지지 않고 있던 책들이 정역이네 개벽이네 하나같이 후천개벽이 어쩌고 저쩌고 지축이 바로 서면 어쩌고 저쩌고 한민족이 세계제일이 어쩌고 저쩌고 어린마음에 지축이 바로 서서 후천개벽이 되면 휴거가 되려나 싶어서 재밌겠다 싶었다가 한편 한민족이 세계제일이 된다 하여도 내가 세계제일이 될 것 같지는 않기도 하다가 그래도 후천개벽을 하면 그래도 나한테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어린 마음에도 복잡한 심정으로 그 책들을 뒤적여 본 것이 겨우 이십여년전인데 이십여년이 지나보니

한강의 기적을 넘어 정보통신강국이요 풍족하게 살기로는 세계제일이며 축구도 사강이요 수영도 피겨도 금메달 텔레비 핸드폰은 쓰리스타가 최고에 인터넷도 제일 빠르고 이젠 자동차도 넘버원이라 할 정도니 과연 후천개벽이 되었긴 되었구나 싶기도 하다가 아직도 헐떡이는 사람들을 보면 후천개벽이 뭐 이래 나를 봐도 이게 후천개벽인가 싶어서 이런게 개벽이라면 개뼉다구만도 못하다고 하는 참에

개벽이란 뒤집어짐이니 무엇이 뒤집어짐인가 사람이 곧 하늘이라 남자가 여자되고 여자가 남자되니 그것이 바로 후천개벽이요 지축이 바로 서는 것일지니 아하 그럼 나도 여자되어 모다 품에 보듬어서 지는게 이기는 것임을 너도 살고 나도 살아 우리 모두 같이 사니 이것이 바로 후천개벽 여기서 이미 이루어졌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 죽고 다시 사는 너와 나의 후천개벽이로다,

하였습니다

 

                                                                                                20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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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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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로그아웃하였습니다 성공적으로
감사합니다 이용해주셔서

그때
나는
몰랐었다
로그인의 끝에
로그아웃이 있다는 것을


                                                  20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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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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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子 



겨울도 아닌 겨울
나와 돌지난 아이는
북쪽으로 떴다가
남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붉었던 구름은 검은 밤으로 비집고 들어와
날카로운 얼음비로 창문을 두드리고
두터운 서리바람으로 문밖에서 울고 있었다

십오촉 주광등은
희미한 그림자만 만들어 낼 뿐
어디건 기댈 데 없는
천리깊은 이국의 겨울밤에

나는 배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는
삽십육쩜오도라는 것을

나는 네게 생명을 주었으나
너는 내게 삶을 주는구나

안아도 안아도
식지않는 조그마한 용광로

한 젊은 아비의
가슴을 녹인다


                                                  20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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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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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 民 者
 



뭐라고는 하는데 말이야
무슨 소린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 그냥 웃고 말았지 뭐

뭐라고는 해야겠는데 말이야
말이 나와야 말이지
그래 그냥 예스하고 말았지 뭐

내가 알았나
여기와서 반귀머거리가 되서
반벙어리고 살게 될 줄

내가 알았나 뭐
귀머거리가 듣지 못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벙어리가 입이 붙는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지 뭐야
머나먼 남쪽 나라 여기에 오면
반벙어리에 반귀머거리는
순식간이라는 것을


                                                  2010. 5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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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 家 



나는 밤 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내가 이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바라보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람과
말과 말과
시간을 시간을
거쳐 왔는가
돌아 볼 때에


문득
창 밖은 밝아지고


나에게 다가온 것들은
내게 다가올 것들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다시 또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볼때까지


                                                  2014. 3 
                                                          

 

 

 

 



 

歸 家 



나는 밤 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내가 이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바라보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람과
말과 말과
시간을 시간을
거쳐 왔는가
돌아 볼 때에


문득
창 밖은 밝아지고


나에게 다가온 것들은
내게 다가올 것들


삶은 여행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다시 또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볼때까지


                                                  2010. 3 
                                                          

 

 

 

 

 

 

 

歸 家 



나는 밤 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내가 이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바라보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람과
말과 말과
시간을 시간을
거쳐 왔는가
돌아 볼 때에


문득
창 밖은 밝아지고


나에게 다가온 것은
내게 다가올 것들


삶은 돌아 가난한 자리를 맴도는 제자리 여행


밤늦은 전철
구석진 뒷 자리에 앉아
다시 또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볼때까지


                                                  2010. 3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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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밥不二  2

 

 

그때 나는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에 앉아 있었다
 
황혼은 붉은 빛이 성스러웠고
연기는 석양을 뚫고 동쪽으로 흩어져 갔다
 
어슴프레 저쪽 강가에서
허이얀
분수를 뿜어 올리며
돌고래.
한 마리가 서서히
뿌우
미끄러져 내게 다가왔다
 
그것은 못다 탄
시체.
차마 재가 되지 못한 창자는
부풀어 올라
푸쉭
이제 물고기의 밥이 되어줄
마지막 소신공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릭샤를 타고 돌아와
십루피를 내고
난 한조각과 김이 나는 짜이 한잔을 먹었다
 
황혼이 물러간 저녁
배가 고파
나는 허기졌으므로 

 

                                                  2009. 12. 23 
                                                            一虎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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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단란하다는 건
 -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에 부쳐


불타는

단란주점에 가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옆에 끼고 주물럭대며 폭탄을 제조하는 사람들과

원수가 되지 않게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것 만큼

힘든 전투라는 것을

 

고개돌리고

폭탄을 마셔본 사람은 알지

알게 모르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뱉어 내어도 안돼

흑기사를 불러도 안돼

 

서둘러 폭탄을 피해본 사람은 알지

단란할수록 단란하지 않다는 것을

살아남으려면

내일 또 밥 한끼 해먹으려면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남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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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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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시] 무사의 죽음*


 

여기 무사의 슬픈 독백이 있다.

 

나의 말은 칼이었다.

나의 칼은 정의였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칼이었다.

나의 칼은 원칙이었고 나답게 살고자 하는 칼이었다.

나의 칼은 모든 억압과 구속, 간섭을 거부하는 자유였으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은 평등이었다.

이 모든 나의 칼은 눈물이었으며 그 눈물은 사람사는 세상이 되게 하는 비료였다.

 

허나 나의 칼은 세상을 다듬을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나의 칼이 깎는 사과가 아니라 칼 끝의 뾰족함뿐이었다.

나의 칼로 깎는 사과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더 이상 사과를 깎게 될 수 없었을때

나의 칼은 외로워 눈물을 흘렸다.

 

나는 위로하였다.

너는 결코 녹슬지 않는다고

그리고 나는 칼집이 되어 나의 칼을 받아 주었다.

 

하여 이제 그 칼은 영원히 잠드노니

그것은 무사의 운명.

 

녹슬 수 없는 칼과

더이상 흐르지 않는 그의 눈물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이자 나의 유일한 대통령인 노무현을 추모하며

2009. 5. 25. 一虎

 






1. *
제목은 이곳(김규항의 글)에서 따왔다.

2. 다른 곳에서 이미 말한 바, 그의 유서는 소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의 말 같았다.

3. 비슷한 맥락의 얘기가 이곳에도 있다.




Posted by 일호 김태경
,

담배연기처럼

                              신동엽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퍼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Posted by 일호 김태경
,


구재의연품




어디에 수해가 나서
그러니까 홍수가 나서
TV는 언제나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화면에


한 촌로가
외양간도 비닐하우스도 떠나보낸 한 할아버지가
물빠진 분홍색 체크무늬 츄리닝을 입고서
연신 고개를 조아립니다


참 이렇게 좋은 옷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색바란 츄리닝은
나이키도 아니고 프로스펙스도 아닌데


좋은 츄리닝도 못 알아보는
그 할아버지가 미워져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습니다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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