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양동詩人의 위대한 탄생

 

 

나는 조그마한 지방 라디오 방송국에서
그야말로 PD선생님 또는 감독님을 했었는데
어느날 사표를 내버렸다


사람들은 죽을 사냐고 물었고
나는 점잖게 물리치는 사양하는 사라 했다


사표를 내니 나는 가야할 곳이 없어
집에 있었고
그리고 나는 시를 썼다


아주 가끔 날 찾는 이들이 내게 명함을 달라했다
명함은 사표와 함께 사라지는 법


나는 말해주었다
여기는 별양동 나는 시인이라고



                                                   2008. 8. 11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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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山

 

 

아니 다시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누
도대체 거기에 뭐가 있다고


그들은 알까?
산 위에는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산위에는 물도 없고 밥도 없고
집도 없고 바람불어 추워도
그걸 막을 옷도 없고


오직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


해서 산에 가면
그 부족을 익혀
결국에는 가득
채워지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산에는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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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상(母子像)

 

 

두살배기 아가는

엄마에게 첫차입니다.

행여 다칠까 어디 아플까

첫 차를 타고서도 눈을 감지 못합니다

 

아가에게 엄마는 언제나 종점입니다

아프거나 배고프거나 무섭거나

또는 심심하거나 그제서야

 

엄마가 막차를 타고 떠나는 날

개구장이도 심상치 않았는지

울면서 매달립니다

 

두팔이 갸느랗게 목에 감겨옵니다

조그맣고 따스한 몸

엄마는 그렇게 종점이 됩니다

 

 

 

                                                  2008. 8. 17 
                                                          一虎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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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십자성

 

 

저녁을 먹으면 커피를 들고 담배하나 입에 물고 베란다에 섭니다.


그러면 별이 총총
내게 커피 한 모금 달라고
그러면 네게 남십자성을 알려주겠노라고


나는 계산을 합니다
커피 한 모금을 주고 남십자성을 알 수 있다면
나는 남십자성을 얻고 커피한모금을 잃는다네


한 모금 커피에 남십자성 하나 둘 셋이면...


남십자성을 품은 하늘엔
별이 총총
담배는 타들어가고
커피는 식어가는데에


 

                                                  2008. 6.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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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세지

 

 

행여빈칸있다하면
내맘도비었달까봐
그대향한가없는맘
꾹꾹채워보냅니다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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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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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워질 때

 

내 지갑은 언제나 가벼운데
밥통이 남보다 커
1인분이 2개 필요할 때


그래 도시락을 만드는데
그 재주란 것이
고추장에 벅벅 비빌 수 밖에 없을 때


하여 점심시간
뚜껑을 열면
냉기에 맺힌 고추장이
이리 쓸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허나
남보다 밥통이 커
그나마도 하얗게 비워질 때

 

                                                  2008. 8. 17 
                                                          一虎

 


도시락

 

 

내가 미워질 때는


내 지갑은 언제나 가벼운데
밥통이 남보다 커
1인분이 2개 필요할 때


그래 도시락을 만드는데
그 재주란 것이
고추장에 벅벅 비빌 수 밖에 없을 때


하여 점심시간
뚜껑을 열면
냉기에 맺힌 고추장이
이리 쓸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허나
남보다 밥통이 커
그나마도 하얗게 비워질 때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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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헤비급덩치에 사슴의 눈을 한 그를
나는 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찰리는 수요일 아침
센트럴에서 노래를 한다

길다란 지하보도에서 그의 노래가 들리면
나는 그의 검은 피부가 백옥같다 생각하는데
순간 사람들은 사슴이 되고
그의 기타케이스는 돼지저금통이 된다

나는 가난하여
돼지를 먹일 수 없으므로
차마 사슴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나를 알리없는 찰리는
나를 사슴으로 만들 백옥의 주문을 쏟아 낼 터였다

사슴이 될 수 없는 나는
애써 고개돌려 황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내 귀는 차마 발걸음을 쫓지 못하고

어쩌나, 나는
오늘도 찰리앞에 빚진 사슴이 되었으니

내가 돼지를 먹일 수 있는 날
그에게 물어보리라
찰리, 빚진 사슴을 만드는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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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밥不二

 

 

젊고 예쁜 의사가 말하였다

이번주를 넘기기 어렵겠습니다

 

그때 내 밥위에는 눈물이 떨어졌고

예순넷 아비의 똥구멍에서는 똥방울이 눈물같이 흘러

기저귀에는 새똥같은 똥물이 흥건하였다

 

나는 풀어진 아비의 똥구멍을 닦고

똥방울을 닦고 변기를 닦고

그리고 내 손을 닦고는

마저

밥을

먹었다

 

내가 아비의 똥기저귀를 갈고

똥이 묻은 시트를 갈고

똥냄새나는 바지를 갈아입히는 동안

나머지 환자들은 후루룩 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 밥은 내일 그들의 똥이 될 터였다

 

하여 밥이 똥이 되고,

이윽고 그들의 몸도 똥눈물이 되어

이 세상의 밥이 되어갈 제

 

나는 밥먹고 똥누며 통곡할 것이니

밥은 밥이고

똥은 똥이로되

밥과 똥은

둘이 ...

 

 

 

                                                  2006. 8. 13 
                                                            一虎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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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13호 산산 

 

불기 2550년 9월 16일부터 17일까지

경상북도 봉화군 문수산 축서사에서

사람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들을 보면,

  

쓸쓸하다

 

 그렇게 즐겁게 떠들고 놀고,

서로 위하고 아껴주며 웃음 나누고 살아도

 

또 쓸쓸하다

 

그래, 사람들 사는 걸 보니

쓸쓸하고 또 쓸쓸하여

 

이 밤 태풍이 지나가는 밤에

공기는 서늘하고,

가을밤은 짙어져서,

 

나는 또 어쩔수없이

아무에게나

쓸쓸하고 또 쓸쓸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태풍은 지나가

가을밤은 깊어가고,

바람은 서늘해지는데에.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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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1235  작성자: 一虎    등록일자: 2004/05/04 16:07 조회수: 7 
제목: 퇴근길에....


퇴근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

2호선 환승통로 기다란 굴을 채우고는

콸콸 밀려온다

상수도 갑자기 터진 듯

어깨에 가방, 손에 보따리 지갑 핸드폰 꼭 쥐어

기관차 몰고오는 댓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일부 옷자락 펄럭이고

나머지 머리돌려 피하다가는

그 때,

어느 누구의 검은 눈동자

인간에 대한 예의 혹은 낯섦에 대한 불안의 사이에서

하얀 머리속,

황급히 고개돌려 발끝으로 떨어지는

나의 눈길,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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