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단란하다는 건
-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에 부쳐
불타는
단란주점에 가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옆에 끼고 주물럭대며 폭탄을 제조하는 사람들과
원수가 되지 않게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것 만큼
힘든 전투라는 것을
고개돌리고
폭탄을 마셔본 사람은 알지
알게 모르게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뱉어 내어도 안돼
흑기사를 불러도 안돼
서둘러 폭탄을 피해본 사람은 알지
단란할수록 단란하지 않다는 것을
살아남으려면
내일 또 밥 한끼 해먹으려면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남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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