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고향으로 강남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그 고향과 학교와 그 인간들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몇가지를 스크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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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은 내게 말했다. 교육에 올인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돈'과 '부지런함'이라고.
(그들은 나를 경계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현재 추진되는 여러가지 교육정책들에 대해서도 담당기자인 나보다 훨씬 더 박식하게 평가했다.)
"강남 아줌마들은 두가지 부류다. 결혼할 때 40평대 이상 아파트를 장만해 결혼하고, 당장 남편이 직장에서 짤려도 속된 말로 먹여살려 줄 시댁이나 친정이 있는 사람과, 똑똑한 남편 만나 열심히 돈도 모으고 나름 여유를 즐기는 생활을 하지만 남편이 직장에서 짤렸을 경우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
아줌마들은 자신들을 대부분 '후자'라고 칭했다. 시댁이나 친정이 잘 살아 물려받을 재산이 빵빵하다면, 그래서 먹고 살 걱정이 없다면 교육에 그렇게까지 올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시댁이나 친정이 잘 살면, 애가 공부를 못할 경우 외국에 데리고 나가서 좀 살다오면 된다. 아이가 한국에 적응을 못하면 그대로 외국에 두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노후도 준비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현재의 생활도 꾸려야 하는 '진짜 아줌마들'이라는 거다.
남편이 한의사인 한 아줌마는 병원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나름의 고민이 있고, 남편이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아줌마는 환율이나 경제한파가 두렵다. 대기업 중견간부 남편을 둔 아줌마 역시 '명예퇴직'이 닥쳐올까 두려워 하는 건 매한가지다. '연봉 1억 이상'이 의미하는 것은 (그들 말로는) 부유한 사람과 중산층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 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정말 부자인 사람들에겐 '연봉'이란 의미없는 단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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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다 특목고 가고 자사고 가고 그런다면, 그것도 상향 평준화 아냐? 공부 잘 하는 상향 평준화라는 게 아니라 학력등급 평준화란 말이지."
"강남 아줌마들 뿐 아니라 아이 가진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아이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서 좀 더 수월하게 대학관문을 뚫는거야. 모든 학교가 특목고 자사고가 된다고 하면 결국 거기 나온 애들은 또 한정된 자리(명문대든 명문직장이든)를 놓고 싸워야 하는 셈이 되지. 결국 교육엔 뾰족한 해법이 없어."
"우리가 애들 교육에 올인 하는 게 바로 그 이유야. 어떻게 교육정책이 바뀌든 우리 아이들이 경쟁력을 갖게 만들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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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줌마들에게 학교선생은 또한 관리의 대상이기도 하다. 역시 제도권 틀 안에 견고한 똬리를 틀고 있기에 절대 밉보여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불려가면 굽신거려야 하고 때 되면 선물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거다.
아줌마들은 아이들의 이성친구 관리도 한다고 했다. 아이가 연애를 시작한 것 같으면 우선 상대가 누구인지 면밀히 파악을 해야 한다는 거다. 자칫하면 아이가 공부에선 완전히 멀어지기 때문에 상대 이성친구가 공부는 잘 하는지, 가정환경엔 문제가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거다.(아줌마들 가운데 한 명이 아들이 여친이 생겼다며 의논을 해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아줌마들에게도 불안함은 늘 상존한다.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어쩌나, 이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하면 어쩌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 어디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독려한다고 했다. (아이큐 100만 넘으면 학원이나 과외로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나왔다)
불안을 떨치기 위한 방법, 그 댓가, 그것이 바로 그들에겐 '사교육'인 것이었다.
"강남불패. 그 말은 돈을 쓸 수 있는 능력, 교육에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야. 쓴 돈이 얼마인데...내 아이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거지. 서로에게."
아줌마들은 늦둥이를 갖고 싶다는, 이야기들도 했다.
이제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시행착오같은 것 없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면밀한 계획을 세워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첫째는 너무 다그치기만 했던 것 같고, 둘째에겐 어느정도 자유를 줬더니 다시 다잡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아줌마들은 늦둥이를 낳는다면 이젠 그런 시행착오 없이 잘 키워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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