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우기를 병원에 있는 세균은 더 강하답니다. 내성이 생겨서 그렇다고요. 항생제에 대한 내성입니다.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더 강한 세균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세균을 죽이자고 만들어 낸 약이 더욱 더 강한 세균을 만들었으니까요.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항생제는 세균에 대한 약이니 항생제를 안 쓰면 세균이 더 강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강한 세균을 만드는 것은 항생제입니다.

 

항생제의 효과나 효능을 무시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항생제가 없었다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짧았을 거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내성을 가진 세균에 더 강한 항생제, 그에 대한 내성, 더 더욱 강한 항생제.

 

그래서 누구는 항생제를 쓰기보다 세균에 대한 인체의 방어력을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면역력에 비중을 두고 항생제의 오남용을 피하자는 것이지요. 다른 누구는 세균의 차단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손을 깨끗이 씻거나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병원균에 대한 접촉에 민감해합니다. 이 후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항생제에 대해 좀 더 너그럽지요. 병원균은 죽여 없애야 하는 것입니다.

 

호주에 와서 꽤나 놀라웠던 것은 사람들이 물을 자주 먹어댄다는 것이었습니다. 갈증이 나지 않는데도, 물통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틈틈이 마셔댑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기 위해서 그런 거야. 디톡시케이션이지

 

제 생각엔 필요이상의 수분섭취는 신장에 부담을 주고, 혈류량의 증가는 심혈관계에도 좋지 않다고 보여지는데, 이 사람들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의 배출에 더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에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위 이 음양식사법을 지켜서 혈압약을 끊었다는 분도 제 주위에 있습니다.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 근거는 굳이 말하자면 음양이론인데, 별로 정치한 이론도 아닙니다. 낮은 양이고 밤은 음이니 물은 밤에 마시라는 것입니다. 낮에 마셔서 양의 에너지를 축내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얘기해도 말이 됩니다. 낮은 양이니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 낮에 물을 마시고, 밤에는 음이 성하니 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해도 역시 그럴싸합니다.

 

누구는 항생제보다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더 낫다고 할 것입니다. 누구는 항생제의 효과를 중시할 것입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먹는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적게 먹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유와 근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라고 한다면 자기 생각의 근거와 이유가 맞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게는 동의할 수 없는 근거와 이유가 되기도 하고 서로 틀렸다고 비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생각의 이유와 근거가 옳고 맞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이런 이유와 근거에 끌리는 사람이라는 것, 이것이 진짜 이유가 아닐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2010. 7. 11

'소선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뼈를 부엌에 묻지 말라  (0) 2010.07.29
이른 아침 시위대  (0) 2010.07.29
일요일의 불장난  (0) 2010.07.29
전직재벌가며느리 딴따라 현정법사의 법문  (0) 2010.07.29
안톤오노의 금메달  (0) 2010.07.29
Posted by 일호 김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