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그 곳

 
나는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전철을 탔는데
눈을 떠보니 웨스트라이드 스테이션이다
 
꾸벅꾸벅 졸거나 혹은 신문을 펼쳐보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거울이 되어버린 차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때 이들은 대개 검은 머리에 모두 검은 눈동자였으나
지금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또는 회색 갈색의 시선으로
바뀌어져 있다
 
안내방송은 분명 사당역을 지나 안산까지 간다고 했고
나는 그 중간어디에 내리면 될 터였는데
지금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웨스트라이드 스테이션
 
다시 또 눈감으면 안산행 열차를 탈 수 있을까
 
여기서도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해뜨는 동쪽까지는
머나먼 그 곳
 
 
2008. 5  일호

 

 

 

(퇴고 중)

머나먼 그 곳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전철을 탔다

눈을 떠보니 웨스트라이드 스테이션
 
꾸벅꾸벅 졸거나 혹은 신문을 펼쳐보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거울이 되어버린 차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때 이들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였으나
눈을 떠보니 금발에 푸른 눈동자로 바뀌어 있다

 
안내방송은 분명 사당역을 지나 안산까지 간다고 했고
나는 그 중간어디에 내리면 될 터였는데
지금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웨스트라이드 스테이션
 
다시 또 눈감으면 안산행 열차를 탈 수 있을까
 
여기서도 해는 서쪽으로 지는데
해뜨는 동쪽까지는
머나먼 그 곳


 


Posted by 일호 김태경
,

담배연기처럼

                              신동엽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퍼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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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


구재의연품




어디에 수해가 나서
그러니까 홍수가 나서
TV는 언제나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화면에


한 촌로가
외양간도 비닐하우스도 떠나보낸 한 할아버지가
물빠진 분홍색 체크무늬 츄리닝을 입고서
연신 고개를 조아립니다


참 이렇게 좋은 옷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색바란 츄리닝은
나이키도 아니고 프로스펙스도 아닌데


좋은 츄리닝도 못 알아보는
그 할아버지가 미워져
나는 가슴이 욱신거렸습니다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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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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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양동詩人의 위대한 탄생

 

 

나는 조그마한 지방 라디오 방송국에서
그야말로 PD선생님 또는 감독님을 했었는데
어느날 사표를 내버렸다


사람들은 죽을 사냐고 물었고
나는 점잖게 물리치는 사양하는 사라 했다


사표를 내니 나는 가야할 곳이 없어
집에 있었고
그리고 나는 시를 썼다


아주 가끔 날 찾는 이들이 내게 명함을 달라했다
명함은 사표와 함께 사라지는 법


나는 말해주었다
여기는 별양동 나는 시인이라고



                                                   2008. 8. 11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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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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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山

 

 

아니 다시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누
도대체 거기에 뭐가 있다고


그들은 알까?
산 위에는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산위에는 물도 없고 밥도 없고
집도 없고 바람불어 추워도
그걸 막을 옷도 없고


오직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


해서 산에 가면
그 부족을 익혀
결국에는 가득
채워지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산에는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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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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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상(母子像)

 

 

두살배기 아가는

엄마에게 첫차입니다.

행여 다칠까 어디 아플까

첫 차를 타고서도 눈을 감지 못합니다

 

아가에게 엄마는 언제나 종점입니다

아프거나 배고프거나 무섭거나

또는 심심하거나 그제서야

 

엄마가 막차를 타고 떠나는 날

개구장이도 심상치 않았는지

울면서 매달립니다

 

두팔이 갸느랗게 목에 감겨옵니다

조그맣고 따스한 몸

엄마는 그렇게 종점이 됩니다

 

 

 

                                                  2008. 8. 17 
                                                          一虎

Posted by 일호 김태경
,

남십자성

 

 

저녁을 먹으면 커피를 들고 담배하나 입에 물고 베란다에 섭니다.


그러면 별이 총총
내게 커피 한 모금 달라고
그러면 네게 남십자성을 알려주겠노라고


나는 계산을 합니다
커피 한 모금을 주고 남십자성을 알 수 있다면
나는 남십자성을 얻고 커피한모금을 잃는다네


한 모금 커피에 남십자성 하나 둘 셋이면...


남십자성을 품은 하늘엔
별이 총총
담배는 타들어가고
커피는 식어가는데에


 

                                                  2008. 6.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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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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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세지

 

 

행여빈칸있다하면
내맘도비었달까봐
그대향한가없는맘
꾹꾹채워보냅니다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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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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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워질 때

 

내 지갑은 언제나 가벼운데
밥통이 남보다 커
1인분이 2개 필요할 때


그래 도시락을 만드는데
그 재주란 것이
고추장에 벅벅 비빌 수 밖에 없을 때


하여 점심시간
뚜껑을 열면
냉기에 맺힌 고추장이
이리 쓸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허나
남보다 밥통이 커
그나마도 하얗게 비워질 때

 

                                                  2008. 8. 17 
                                                          一虎

 


도시락

 

 

내가 미워질 때는


내 지갑은 언제나 가벼운데
밥통이 남보다 커
1인분이 2개 필요할 때


그래 도시락을 만드는데
그 재주란 것이
고추장에 벅벅 비빌 수 밖에 없을 때


하여 점심시간
뚜껑을 열면
냉기에 맺힌 고추장이
이리 쓸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허나
남보다 밥통이 커
그나마도 하얗게 비워질 때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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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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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악사

 

 

헤비급덩치에 사슴의 눈을 한 그를
나는 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찰리는 수요일 아침
센트럴에서 노래를 한다

길다란 지하보도에서 그의 노래가 들리면
나는 그의 검은 피부가 백옥같다 생각하는데
순간 사람들은 사슴이 되고
그의 기타케이스는 돼지저금통이 된다

나는 가난하여
돼지를 먹일 수 없으므로
차마 사슴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나를 알리없는 찰리는
나를 사슴으로 만들 백옥의 주문을 쏟아 낼 터였다

사슴이 될 수 없는 나는
애써 고개돌려 황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내 귀는 차마 발걸음을 쫓지 못하고

어쩌나, 나는
오늘도 찰리앞에 빚진 사슴이 되었으니

내가 돼지를 먹일 수 있는 날
그에게 물어보리라
찰리, 빚진 사슴을 만드는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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