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이란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사조입니다. 절제와 소박함을 내세우는 군자의 기풍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지요.
바로크풍의 화려하고도 현란한 꾸밈과 장식에서 어딘지 모르게 비루하고 천박한 느낌을 받는다면 미니멀리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 군자의 기상과는 멀고도 먼 삶을 살지만 유독 구매 및 소비행위에서는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짠돌이라는 말이지요.

오늘 제가 산 차는 1996년에 만들어진 스즈키 씨에라라는 차종입니다. 배기량 1298cc에 4륜구동 수동차량입니다. 이 차는 지금까지 제가 몰아본 차 중에 미니멀리즘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있는게 별로 없습니다.
에어콘은 기본으로 없고 파워스티어링도 없으며 왠만한 전자장치는 거의 다 없습니다. 있는 거라곤 운전석과 조수석의자와 안전벨트정도고요, 그리고 음...와이퍼도 있긴 있더군요.

차체는 흰색으로 역시 미니멀리즘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광택이 하나도 안나는게 페인트양도 미니멀하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마 수리비를 최소화하려고 그랬겠지요. 미니멀리즘의 대상에는 예외가 없으니까요.

미니멀리즘이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된 차를 사다니 역시 저는 대단히 뛰어난 안목과 높은 예술적 감각 그리고 절제와 소박함을 몸으로 체득한 군자라 아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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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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