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달걀

소선재에서 2010. 5.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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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겨레의 김규항칼럼은 동의하기 어렵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다고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민주의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왼쪽의 사회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이는 바로 김규항이었다. 나는 사민주의가 힘이 있을 때 사회주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민주노동당의 지지율과 원내진출이 가장 두드러졌던 때는 바로 노무현이 탄핵소추되었을 때, 즉 중도 우파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을 때였다. 탄핵역풍이 휩쓸었던 때, 비판적 지지자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진보신당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때 민주노동당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보세력이 보수정치판으로 투항했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비판적지지는 어떻게 볼 것인가? 내가 노무현을 찍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정당은 인하대 교수를 후보로 세웠던 사회당이었다. 병막가카나 노무현이나 매한가지라고 김규항은 말하겠지만, 사회당이 지금의 진보신당만큼 되려면, 국민참여당이 지금의 한나라당만큼 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어리석지만, 바보는 아니다. 노무현은 한나라당 표를 빼앗아 올 것을 연구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을 끌어안고서 남강에 몸을 던지려고 했다. 최소한 김규항의 촛불과 짱돌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다.

거리로 나갈 사람들은 애당초 최악을 찍지도 않는다. 최악이 싫어서 촛불시민이 된 사람들에게 다시 또 최악이 당선될 투표를 하라는 건 너무나 가혹한 말이다. 그리고, 뭣보다 나는 닭이 먼저여야 달걀이 나온다고 본다. 2002년이 다시 온다면, 그래도 나는 사회당후보가 아닌 노무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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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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