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현동 주공아파트 오백오동에 서서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
남모르는 빛 한줌씩 켜켜이 쌓여있는 까닭이다
그래 그 험한 것에서 살아남은 애닯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이 가여웁다
낡고 빛바랜 퇴적속에 감출 수 없는 애잔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 갸날픈 서러움에 눈물이 젖어있기 때문이다.
이 오랜 것들은 사랑이다
살아있는 한 축복이고 사랑을 하는 한 살아숨쉬는 까닭이다
모든 버려진 것을 품에 안고서 그러므로 낡아가는 것은 언제나 새로웁다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
세상이 나를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