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사이트 다음에는 세계엔이라는 코너가 있다. 그곳에는 각 나라방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글을 올린다. 유학생, 이민간 사람들, 잠시 머무는 사람들 또는 그 나라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사는 곳이 호주이니 처음에 호주방에 들어갔는데 점차 다른 나라방도 들어가보게 되었다. 글들을 살펴보니 공간적인 배경은 다를 뿐, 내용은 같다는 것. 삶의 애환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면, 일단 어려워진다. 그것은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이고 안전함으로부터의 떠남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기 나라를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자기 나라의 물가가 비싼 줄 모른다. 그 사람이 물가가 비싸다고 할 때에는 '이전'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올랐다는 것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게 되면 자기의 '고국'과 물가를 비교하게 된다. 한비야의 책에 보면,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편의점앞에서 과자를 끼니로 때우고 있길래, 집으로 데려가 계란후라이를 한판해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자신들의 고국으로 송금을 하느라 돈도 없었겠지만, 그들에게는 '김밥천국'의 3500원짜리 밥이 아주 비싸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한국의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김밥천국의 3500원짜리 밥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체감물가는 이렇게 다르다.


독일로 시집간 사람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인데도 미용실에 가질 않는다고 한다(밑의 링크). 소위 선진국일 수록 물가가 비싼 탓이다. 박노자는 노르웨이에서 지내는데, 4인가족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한국돈으로 10만원이 넘는다고, 그의 블로그에서 말했다. 노르웨이사람들이나 독일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자기 나라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으며 살 것이다.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5&articleId=7614
제 이모도 대학생때 독일 유학가서 독일사람이랑 애낳고 사는데 이모는 머리길이가 짧아본적이 없어요;;미용실가기 너무 돈이 마니 들어서 만날 혼자 뒷 머리만 정리해서 항상 머리가 길어요;;; 08.10.09


나역시 지금 석달째 머리를 기르고 있다. 기르는게 아니라 깎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3주에 한번 깎던 머리를 지금은 석달넘게 기르고 있는 것이다. 4년째 살고 있지만, 나는 한번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은 적이 없다.
물가가 비싼 것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에 나와서 사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닥치는 첫번째 어려움이라면, 두번째 어려움은 '문화충돌'이다. 이것과 관련되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밑의 댓글을 보면, 한국사람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과민증을 잘 지적하고 있다.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E001&articleId=124
이젠 이런 식의 질문 보기도 싫어진다......질린다 질려...세계엔 어느방을 가도 꼭 이 질문은 올라오네..한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인종차별에 벌벌 떨까..후
스스로 우리보다 못한 인종을 차별하기때문에 우리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인종들도 우리한테 차별을 할 것이라는 일종의 자격지심이 아닐까요??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이기란 굉장히 어렵다. '문화'란 존 홉스테드의 지적처럼 컴퓨터의 'OS' Operating System과 같은 것이다. MS Windows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매킨토시의 화면구성과 버튼하나짜리 마우스는 굉장히 불편하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이질적이어서 불편하기까지한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나'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상대방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아야 이해가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해야 인정이 가능하고, 인정이 가능해야 존중이 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밑의 링크처럼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품고 파리를 갔다가 우울증에 걸려 돌아오는 일이 생긴다. 밑의 링크는 프랑스에 대해 실망을 느낀 사람들의 글이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아줌마들이 명품의 나라 프랑스에 갔다가 쇼크를 하도 심하게 먹어서 관광을 마치고는 우울증에 걸린다는, 다소 과장이 섞인 것 같지만, 그런 말도 들었다.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4&articleId=7322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4&articleId=7377


그럼, 외국에 나와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태도가 필요할까? 나는 프랑스방에 실린 글과 댓글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이 '구름'이라는 분은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말한다.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4&articleId=7322

구름
각국의 수도는 다 그렇고 그렇지 않을까요? 노르망디나 부르따뉴 지방쯤에 가서 살아보세요. 영화에서 보고 느낀 감정 그대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 역시도 내나라는 아니지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발휘하신다면 빠리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것이지 소수이민자들과 부대끼는 나의 일상에 있지는 않습니다. 08.10.23

좋은 친구들을 만나 보세요. 내가 우선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좋은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참고! 되도록이면 한국인 친구들은 많이 만나지 마세요. 누구는 인맥 만들어보겠다고 유학 왔다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니까요. 공부 열심히 하시고... 힘내세요!! 08.10.23



 
그러나, 위에 글에서도 보이듯이 역시 내나라는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에 나가서 사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까? 이방인은 행복할 수 없는 걸까?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글이 '프랑스방'에 있어서 그것을 마지막으로 붙여본다. 문화란 더 낫고 못함의 대상이 아니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것은 이런 문화의 상대성을 배우는 기회다. 다른 문화가 자신에게 맞지 않고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을 곧 열등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면 끝내 자문화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른 문화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는 거울이다.
 
 
http://bbs1.worldn.media.daum.net/gaia/do/country/read?bbsId=N004&articleId=7392

  • 프랑스에 대해 말할수록 한국의 실체가 드러난다. [70] | 리엘로
    • 번호 7392 | 2008.10.21
    • 조회 1889 | 추천 추천 22

    프랑스방에 들어와 보면 참 안티가 많다. 이런 저런 이유를 달지만 더 말할 필요 없이 근본에 컴플렉스를 깔고 있다. 동남아/아프리카를 차별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다름이나 차이를 화끈하게 승화시켜 차별로 만들고 승/패로 가르는 그런 것 말이다. '굴욕'시리즈라는 것이 유행해서 정작 본인은 생각도 않는데 자아를 투사해서 '굴욕적'이라고 말하는 (그것도 거의 대부분 '사이즈'문제. 즉 크거나 작거나의 문제이므로 크기에 컴플렉스가 있다는 것) 한국인들의 현실은 참 팍팍하다.

     어느 것을 관찰하는 시선과 인식 수준에서는 그 관찰자의 내면과 깊이,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다. 문명의 우열가름을 떠나, 다른 문화권이라는 다른 시스템과 문화적 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이해가지 않거나 당장 감각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현지인의 관점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짜 여행의 장점이다. 물론 여행 내내 라면과 김치를 몰래 끓여먹을 수도 있겠고 그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안주하기엔 대개 너무 젊지 않은가?

     

    프랑스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과학, 학문, 예술이 고르게 발달하고 문화적으로도 유럽의 중심(생산이나 유통, 역사, 시장면에서도)이다. 근대 이후엔 세계적으로 최초에 속하는 수많은 창조물(멀리는 영화부터 가까이는 에이즈 치료제까지)을 만들어 낸 곳이고 자유 사상과 근대 인본주의의 본산이다. 한 마디로 프랑스 없이는 근현대의 인류를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왕과 귀족을 비록 과격하게지만 계급적으로 완전히 제거해버리고 인류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을 달성한 나라가 프랑스이다. 문화 소비의 중심지이며 다양한 지방 요리들과 고급요리, 평가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근사해 보이는 이력이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이 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하철이 꽤 더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프랑스 만의 문제가 아니다. 런던도 마찬가지이고 뉴욕도 마찬가지다. 서구의 도시들은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슬럼화 현상을 거쳤다. '오래된 도시'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싫은가?

     

    나는 반대로 명동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라면 가게를 생각해 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몇몇 특정 음식점은 내부를 비좁게 배치해야 훨씬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막걸리는 막사발로 마시고 어딘지 허름한 곳이 더 인기있다. 이렇게 한국인들도 옛날 것에 대한 가치, 향수, (아직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철학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인들은 이런 경향이 강하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매우 삐그덕대는 집, 좁은 엘리베이터(필자는 처음에 솔직히 알면서도 당황했던)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필자 역시 현대식 건물에서의 인간관계와 훨씬 다른 '사람 사는 것 같은' 인간관계를 낡고, 후지고, 위아래층 소리가 아주 잘새는 집에서 경험했다. 대체 뭐가 그리 문제란 말인가?

     

    전세계 사람들, 특히 서구인들은 파리의 Pere Lachaise 공동묘지에 가면 다들 성역을 참배하는 듯한 기분으로 다닌다(워낙 아름답긴 하지만). 소리들도 질러대는데 거기에 도어즈의 짐모리슨이 있고, 그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가 있고, 쇼팽, 그 밖의 유명인물들이 수없이 묻혀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아마 한국인들은 말할지 모른다. 한국인들은 그런 것 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것들을 사랑한다. 싸이에 찍어서 올릴 예쁜 점심이라거나, '깔끔'하고 '예쁘'고 '유명한' 것들 말이지. 그런데 그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이나 시, 비평을 읽고 그 독설에 인생의 무게나 어려움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끼고,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친근감이 생긴 사람이 느끼는 그런 감흥하고 아주 다르다. 그 때부터 파리는 일종의 성지가 된다.

     

    한 마디로, 하루종일 일만 하다가 그냥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문화를 소비해야 하는 한국인들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구조가 파리라는 도시라는 것이다. 솔직히 뭘 알아야 즐길 것 아닌가? 나폴레옹도 모르는데 저 모자쓴 아저씨가 저 관에 묻히거나 말거나 알게 뭔가? 진씨왕인지 진치왕인지가 돌인형들을 세워놨는데 커서 보기 좋지만(한국인 코드) 별것도 없더라.....

     

    아는 눈에만 보이고, 들을 줄 아는 귀에만 들리는 거다. 클래식음악? 안들어, 재즈? 몰라, 핑크 플로이드? 관심없어, 모로코 타악 밴드? 그게 머야? 레비스트로스? 먹는 거냐? 발자크? 발닦는데 쓰는 건가? 철학? 골치 아퍼, 루브르? 하루면 다 보데? 슈메르? 바빌론? 몰라 역사 관심 없어, 호쿠사이? 왠 일본넘이래? 왜 프랑스엔 스타벅스가 몇 개 없대? 왜 기분나쁘게 흑인하고 아랍인들이 이렇게 잔뜩이래?

     

    이런 사람은 파리 굳이 안 와도 될 것 같다. 프랑스빵에 준하는 맛있는 빵류나 마카롱 같은 것들은 가까운 일본에도 있으니까 거기로 가는 편이 훨씬 싸다. 마초나 군국주의자들, 민족주의자들, 파시스트들도 프랑스 가지 마라. 코드가 안 맞는다.

     

    아, 그리고 프랑스에 남편 따라왔는데 적응 안되시는 분들, 유학왔는데 적응못해 쓸쓸한 유학생들, 타문화에 대해 이해할 준비나 태도도 되지 않았거나 적대감에 너무 막 내뱉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 아니더라도 프랑스로 여행가거나 살러 가고 싶은 사람은 아주 많다. 굳이 머릿수 채우러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한국 안에서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살든지 '악감정'을 가지고 살든지 하는 편이 훨씬 나음을 보장한다. 왜 굳이 숙제하듯 프랑스로 여행가는가? 이것 역시 바로 전형적인 한국 문화 아닌가?


    '공감(共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눈물나는 시 한편  (0) 2008.11.06
    나는 틀리지 않았다  (0) 2008.11.05
    진보와 보수 (2)  (0) 2008.10.21
    강운구의 사진  (0) 2008.10.17
    [펌]보수주의 7대 거짓말  (0) 2008.10.17
    Posted by 일호 김태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