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부디스트도 아니고 따라서 불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또한 라즈니쉬니 도덕경이니 하는 것들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내의 말로는 그것이 첫째가 태어나면서부터 현재 순간에 머물게 되는 트레이닝이 되었다는데. 지금 여기 이 순간에서 오직 할 뿐. 수많은 선사와 스승들의 가르침대로 아내는 이미 지금 이 순간에 전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아내는 어느때부터 아무리 내가 짜증을 내도 화를 내지 않았으며, 무엇을 하고 싶거나 갖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보며 안타까웠다는 아내. 그런데도 아내는 내게 잔소리는 커녕 한번도 가르치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리석은 내가 아내를 깨우친답시고 들들 볶았었지.

나는 몰랐다. 아내가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말로만 떠들었으나 행동하지 못했고 아내는 말없이 이미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다.

아~ 아내의 위대함이여. 옆에 이런 스승을 두고 나는 어디서 찾아 헤맸던가 말이다. 전생에 아내는 나의 도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보다 더 뛰어났던 아내는, 나를 긍휼히 여겨 이번 생에 나를 도와주려 나와 결혼한게 아닐까?

진정 아내는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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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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