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형 인간

소선재에서 2008. 1. 29. 07:35

꼭 비싼 것만 시키는 인간이 있다. 꼭 비싼 것만 먹고, 꼭 비싼 것만 타고 꼭 비싼 것에만 눈이 가는 그런 인간들이 있다, 참 희한하게도. 그들의 눈은 사시인가? 메뉴판의 이런 저런 메뉴중에, 그들의 눈은 메뉴의 내용이 아닌 '가격'에 꽂혀서, 제일 비싼 것 - 기호와 취향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게 제일 비싸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만 주문하는 그런 인간들이 있는 것이다.

세상엔 별노무 인간이 많긴 하지만, 이런 인간들을 보는 것도 웃긴 일이다. 나도 '가격'에 눈이 간다. 나는 이왕이면 '싼' 것을 시키는데, 누가 돈을 내던지 간에 말이다. 내가 돈을 낼 때도 그렇고, 내가 돈을 내지 않아도 빚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또한 그렇다.

어제 누구를 만났다. 지난번 처럼 제일 비싼 쥬스를 시켜서 먹더니,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다 왔다. 그 인간과 세시간넘게 얘기를 하고 왔다. 글쎄, 그것이 얘기였는지 아니였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는 말을 하고 나는 듣고, 또 나도 말을 했다. 내 말을 그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경멸하는 인간이 있는데, 명리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상관'이 쎈 인간들이다. 이런 형의 인간들은 자기 마음대로라서, 제어가 안 되는 인간들이다. 모든 구속과 간섭을 싫어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구속과 간섭을 행사하는 표리부동의 극치를 달리는 그런 인간들이다. 말이 많고, 말이 많은 만큼 다른 사람의 얘기는 듣지 않고, 교만하고 싸가지가 없으며, 예의범절도 모르고 자기멋대로에 탐욕도 심하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알고보면 인간과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는 이런 또라이들.  한마디로 소인배의 전형이요, 사회악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관'형의 인간과 어제 마주 앉아있었는데, 이런 인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참 허무해진다. 그 시간, 차 값, 말을 해야 하는데 쓰이는 나의 에너지. 이 모든 것들이 아까워진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전혀 남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하지 않고. 결국엔 자기 자신의 얘기만 하는 그들. 그래서, 종국에는 남에게 자기를 강요하는 그들.

아무리 명리학공부를 했다해도, '자기'의 틀을 벗어나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그렇게 내가 얘기를 했건만, 여전히 내게 모욕과 간섭을 일삼는 그를 보며, '명리학 공부를 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상관'형 인간들과 상종하지 않으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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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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