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은 커녕

소선재에서 2008. 1. 26. 19:39


그러고보니, 나의 전성기는 서른살이었다.

그때 나의 눈은 빛났으며 모든 것에 힘이 넘쳐 났다.
나는 붓다의 법을 만난 후로 비약적인 포스의 증가를 경험했는데,
나는 나의 통제하에 있었고,
세상또한 나의 눈 아래에 있었다.
그러니 이 에너제틱한 나의 에너지 또한 얼마나 강하였을 것인가?
주위사람 두 셋, 최소한 나 자신은 통제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하나의 무력한 사내.
얼마나 무력하면 단 한명의 사람, 옆의 아내조차도
내가 있거나 말거나.
아니, 오히려 나는 나 자신조차 세울 힘이 없으니....

옆머리에 삐져나오는 흰머리만큼,
턱에 늘어나는 흰색의 수염만큼,
힘은 빠져나가고,
이제 어떻게 하면 세상과 맞서기 보다
피할 생각을 하는 나.

사십은 불혹이라는데,
유혹에 맞서기는 커녕, 홀릴 힘도 남질 않아,
겨우 지나 온 서른살을 이젠 거꾸로 다시 지나가야 할 듯.

이제 나이 서른 여덟.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도 역시 나와 같았을까?

힘겨운 밤, 남반구의 별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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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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