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341318.html


아쉬움은 신촌블루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한영애씨가 그만둔다니 아쉽고,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니 애석하기만 합니다.

처음에 제가 한영애의 문화한페이지를 듣게 된 건 퇴근길에서였습니다. 그때가 2002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하여튼 초창기였습니다. 방송시간은 오후 4시였죠. 한영애씨의 빼어난 진행실력에 저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죠.

담당PD의 엄청난 안목, 이런 진행자를 섭외하는 놀라운 안목에 저는 찬탄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담당PD는 제 기억에 여자분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목역시도 아주 신선했습니다. 홈페이지같기도 하고, 책 한 페이지같기도 하고.....

저는 애청자가 되었고, 그때 코너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청취자 참여코너였는데, 우면동에 있는 EBS에 가서 제가 쓴 원고로 녹음을 했었지요. 출연료는 잘 기억이 안 나고 하여튼 EBS시계는 받은 기억이 납니다.

3분짜리 일주일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잘 쓴 원고였고, 녹음도 잘 했지요. 릴테잎은 돌아가고 전 NG한번 내지 않았습니다. 아마 조연출이었던 분이 제게 칭찬을 무지막지하게 퍼 부으면서 '혹시 전에도 이런 것 했었냐?'고 묻기까지 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럴 것이 전 다른 방송국(공중파입니다)의 라디오PD였거든요. 지금은 저도 방송국을 떠났지만, 라디오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연출하고 녹음도 하고, 때로는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마이크앞에도 앉아본 저니까 당연히 잘 할 수밖에요.

물론,라디오PD라고 해서 모두 마이크앞에서 잘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전 특집같은 프로그램은 진행해본 적도 있으니, 별로 떨 일이 없었지요.

그때 남자분PD에게 사실대로 말 못해서 죄송합니다. ^^

지금 전 방송국을 떠났고, 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라디오PD를 다시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제가 라디오PD를 다시 하게 된다면, MC 섭외 1순위는 한영애씨입니다.

한영애씨! 꼭 기억해주세요. ^^ 당신은 한때 라디오PD였던 제게 제일 빼어난 진행자로 기억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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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킴이 북극여우 한영애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작성자 운영자

오늘 방송에서 이야기했던 북극여우의 초이스의 글로

여러분들께 드리는 제 마음의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내일이면 저는 문화 한페이지를 잠시 떠납니다.
그동안 습관적 으로 방송을 하진 않았는지..
너무 정형화된 틀 속에 저의 사고와 시선을 맞춘 것은 아닌지..
자유롭기 위해 자유에 갇혔던 건 아닌지..이제 돌아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문화 한 페이지와 보낸 8년간의 세월이
더욱 더 또렷하게 머리에, 가슴에 떠오릅니다.
때론 주어진 조건보다 더 많은 열정으로 발로 뛰었던 많은 스텝들,
또 조금은 외진 이곳 우면동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아낌없이 자신들의
지식과 문화의 마음을 나누고 가셨던 많은 패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러내진 않았지만 전국에,외국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의 사랑스런 숨결이 느껴집니다.
우리 정말 열심히 문화 한 페이지 써내려 갔지요?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저는 참 많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시선, 새로운 인식, 새로운 세계관이 생겼구요,
자연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운 유기적 연대를 이룰 수
있는지를 조금 알게 됐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욕심을 조금 놓게 됐구요,
더불어 세상의 하나하나 모든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지니고 아름답게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새기면서 더 깊은 배려와 겸손을 알게 됐습니다.
물질만능의 시대, 더 구체적으로는 돈이 우선이고, 돈이 모든 기준의
잣대가 되는 이 시대에 문화프로그램은 한 방울의 물로서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해법들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으며
삶이 힘들어도 조금 쉬어가고 기쁘고 행복하고 스스로 만족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알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만 있고 사과는 없는 요즘의 우리 주변을 봅니다.
프로그램 폐지의 이유와 절차에 대해 어떤 소명도 없이
회피로 일관하던 EBS 편성부는 느닷없이 퀄리티가 낮아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습니다.
2009년 EBS 사장의 신년사에도 나와있듯이
EBS의 주인인 청취자들,패널들,한문페 스텝들과 프로그램을 만든 피디들, 저 모두를 일방적으로 매도 했습니다.
단 한번의 소통도 없이 그들은 그들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었습니다.
그들이 문화 프로그램을 들어왔다면 좀 상식있는 사람으로 행동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계약직이 아닙니다. 또 방송은 6개월 단위로 프로그램을 위해 모이고 해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중요합니다.
설명도 없고 소통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
예의가 없는 거지요.
잘못된 것인줄 알면서도 반성없이 반복되는 이런 관행들이 이제는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솔선수범해서 고쳐 나가야 그들의 다음 세대가
성장하고 더불어 우리도 함께 행복해질 겁니다.
그들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문페는 여러분이 만들고 써내려간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각자 나 만의 문화정원을 가꾸며
그렇게 8년간의 정성을 들였습니다.
예술문화를 통해 삶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희망의 에너지를 얻었던
한문페는 문을 닫지만 여러분들은 매일매일의 책장을 펼치고 정원을 거닐며 삶의 여유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예의와 배려, 이해와 소통을 통해
나의 얘기를 당당히 할 수 있는 페이지를 가꿔가시길 바랍니다.
그 정원에는 사계절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겠지요.
문화 한 페이지는 바로 당신이 계신 그 곳이니까요.
문화는 당신과 나의 이야깁니다.
한문페 여러분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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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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