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라는 것

소선재에서 2010. 4. 21. 00:01

아이가 아팠다. 고열이 심했다. 며칠지나 귀까지 아파했다. 특별히 해 줄 게 없었다. 귀나 손을 따는 건 엄두를 못냈다. 양약도 거부를 하는 판에, 약을 해서 먹일 수도 없었다.

고열은 여전한테 구토와 설사까지 했다. 항생제 탓이었다. 아목시실린은 더 먹일 수가 없었다.
응급실에서 중이염이라는 말을 듣고 박트림과 이부프로펜을 먹였다.

아프다고 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내가 아픈 것보다 더 큰 고통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것도 못하니 덩달아 폐인이 따로 없다. 애비라는 본능은 이성으로 제어가 안 되고 걱정은 더 큰 걱정에 불안과 두려움까지.

다행히 녀석의 열과 통증은 잦아들었다. 약때문같지는 않다. 애시당초 일주일은 앓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크려면 아파야 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 애비가 된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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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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