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

소선재에서 2010. 5. 25. 21:31
1.
시드니 유니에 갔다. 학교와 멀지 않았다. 캠퍼스는 넓었고 아름다웠다. 고색창연한 건물과 모던한 건물들 사이로 한적한 길들이 이어졌다. 잦게 비가 뿌려 더욱 운치가 있었다.

도서관 사서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차분히 설명을 해줬다. 그의 친절은,  저널을 찾거나 복사를 하거나 출력을 하기 위해 충전을 해야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몇 번의 클릭뿐이었으나 나에게는 많은 짐을 덜어준 것이었다.

한시간을 걸었다고 다리가 뻐근해졌다. 잰 걸음이라 해도 평지였을 뿐인데.

2.
지난 일요일에는 노무현추모제에 다녀왔다. 좋은 시간이었다. 사람은 유유상종이라, 비슷한 족속은 알아보기 마련이다. 정치적으로는 우파인 사람들이긴 해도 이곳 시드니에서 이만한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 흔하지 않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3.
이 추모제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저씨 둘이, 하나는 김광석의 노래를, 또 다른 아저씨는 홀로 아리랑을 불렀다. 노래를 잘 했다. 진심이 들어있어 더 와닿은 듯 하다. 역시 이 모임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있는 기타를 가지고 올 것을.

4
한 고개를 건너면 그만큼 내공이 쌓이고 그 내공은 유머로 빛을 발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유머가 깊은 사람은, 그 유머가 깊을 수록 깊고 험한 고개가 뒤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점잔을 빼거나 폼잡는 인간들을 보면, 웃기기만 할 뿐이다. 웃기다고 유머는 아닌 것이다.

5.
나의 영원한 스승, 아내는 내가 모르는 사실을 많이 가르쳐준다. 변호사, 의사, 무슨 무슨 장이라면서 앞에 나가면 사람들은 일단 그 타이틀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자가 소개를 할때 항상 약력이나 타이틀을 언급하는구나, 싶긴 하다. 그래도 내겐 도무지 와 닿지 않는다.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특별한 인간이란 없는 것이다. 이명박도, 이건희도, 빌 게이츠도, 바락 오바마도 그냥 보통 사람인 것이다. 그들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고 싶어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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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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