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의 서

소선재에서 2010. 5. 25. 21:39

제 아이가 만 세살입니다. 지금까지 뽀로로는 오백번은 넘게, 파이어맨 샘(소방관 샘) DVD는 한 삼백번도 넘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번 볼때다마 지겨워 하지 않고 봅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좋질 않거나, 아니면 아이들 특유의 상상력으로 매번 새롭게 보는 듯 합니다.
 
메가톤급 히트를 한 영화중에는 한번 본 관객들이 보고 또 보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천만관객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지요. 이런 영화에는 여러가지 서사가 들어있습니다. 사랑, 복수, 정의, 스릴 여러가지 이야기가 볼때마다 새롭게 다가옵니다. 다양한 관객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요. 우선 기억나기로는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군요. 액션팬들에게도, 심오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는 재미를 가져다 주지요. 본 아이덴티티라는 액션영화도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는 순례의 이야기로 해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뿐만은 아닙니다. 모든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의 해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러니,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와 다르다고 한다면, 같은 텍스트라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나'가 다르니 당연히 그 의미도 다를 것입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다'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겁니다. 제게는 '논어'와 '도덕경'이 그러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성경'이 그렇겠지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같은 책은 어떨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오쇼의 '금강경'과 '법구경'은 제게는 좀 먼 얘기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힘이 잔뜩 들어간 때였습니다. 이번에 '이해의 서'에서 듣는 오쇼의 가르침은 한결 편했습니다. 마치 옆에 앉아서 얘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내면에서 찾는 자유의 날개'라는 부제가 있었습니다. The Book of Understanding - Creating your own path to freedon 이라는 원제에서 번역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번역하신 분은 오쇼의 제자라고 하는데, 제가 잘은 몰라도, 심미안을 놓고 보자면 그 스승에 그 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뒷부분에 인간의 삶을 낙타와 사자와 아이의 세 단계로 나눈 니체의 비유가 나옵니다. 낙타에서 사자로, 다시 사자에서 아이로 되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아이가 된다면 같은 영화를 수백번 봐도 매번 새롭게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자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그때가 되면 제 백반증걸린 호랑이아이콘도 더이상 소용이 없어지겠지요.
 
덧붙여서,
한국에서 온 우편물을 받는 기쁨, 산뜻한 표지의 멋진 책을 소유하게 된 기쁨. 한국말로 된 책을 읽는 기쁨, 저자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책을 받는 기쁨, 그 싸인이 마치 그림과도 같아서 덩달아 미술품감상까지 하게 된 기쁨.  책을 보면서 갈증을 없애는 약을 만난 듯한 기쁨. 이 모든 기쁨을 선사해주신 요잔님과 질라님께 감사드리며, 이 감사의 인사로 입을 싹 씻고자 합니다. 어흥~  (명상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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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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