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을 떠나기 약 3년전까지 한국에 아무런 미련도 없었는데,
(딱 하나 아버지만 빼고) 젠장맞을,
뒤늦게 분 바람 어쩐다고 '등산'에 맛을 들여버렸다.

나는 우물안 개구리였기때문에,
한국이 아닌 곳도
다 한국과 같은 산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바다 좋아, 하늘 좋아, 광활한 땅 멀리 펼쳐진 지평선도 좋아.

그러니 그런만큼,

산이

없.

다.


그래, 꿩대신 닭이라고, 숲길이라도 걸어 볼까,
이곳 말로는 부쉬워킹이라지?

먹을 거리 바리바리 챙겨 들고,
아내와 애기를 태우고,
내셔널 파크에 다녔는데,

바베큐해 먹는 맛도 한 두번,
바다물에 발 담그는 것도 한 두번이지.
애기업고서는 부쉬워킹은 꿈도 못 꿀 일.

새로운 곳을 찾아 가는데도, 여전한 데자뷰현상과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것을 갖다 바쳐도
여전히 아웃도어 라이프가 싫다는 아내에 이르러서는

결국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도합 열군데를 넘는 내셔널 파크 소풍과
두번에 걸친 캠핑싸이트 방문, 그리고 한번의 캠핑은

결국 처절한 나의 패배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니,
내게 주어진 선고는,

"피고 김어흥은 향후 와이프에게 캠핑의 ㅋ자도 꺼내지 말 것이며,
두번 다시 내셔널 파크 방문을 제안할 시에는 성을 갈아야 함"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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