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혐오하는 의사들(내과의사 한정호 같은 이 http://blog.hani.co.kr/medicine)은 '한의학'이 검증불가능한 미신으로 치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의학은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검증이 불가능하다. 즉, 서양의학에서 보자면 '과학'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정호같은 이들이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이런 비과학적인 '한의학'은 없어져야 하는가? 즉, '과학'이 아닌 것은 '의술'로서 존재하면 안 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과학자나 의사나 한의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에게 달렸다. 사람들이 '과학'만이 의술이 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비과학인 '한의학'은 없어질 것이고, 비과학인 '침술'과 '한약'의 효용성을 인정한다면 한의학과 침술은 여전히 이용될 것이다.

민주주주의 사회에서 '과학'만이 의술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비과학'도 의술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의술의 목적은 과학과 비과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고통의 감소, 건강의 회복과 유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의하자면, (아무리 한정호같은 이들이 '한의학'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어도) 현재 한의학과 침술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사, 전통, 관습, 제도, 법률, 사회구성원의 합의 모든 면에서 그렇다. 서구사회에서도 서서히 대중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정호같은 이들은 이런 것들이 못마땅하고 그래서 열심히 한의학을 비난하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사이에 스스로 느끼는 '실질적인 임상효과'가 존재하는 한 한의학은 '비과학'이라는 이유로 배척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 더해서, 앞으로 전망해보자면, 과학이 발전할 수록 '한의학'의 입지는 더욱 더 공고해질 것이다. 지금의 과학수준으로는 검증 불가능한 것이 앞으로 과학이 발전할 수록 검증가능한 영역으로 넘어올 것이고, 따라서 지금은 검증불가능한 한의학의 '비과학성'이 과학의 발전에 따라 '과학성'을 획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호같은 이들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이 그리 빠르지는 않을 거라는 것 정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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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ax라는 이름(아마 의사인듯)의 댓글이 있는데, 음미해볼만 하다. 그릇된 부분을 지적해본다. 빨간색이 나의 말.

http://blog.hani.co.kr/medicine/19510
thorax 2008/12/08 02:03
어떤 한의사분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진단이 똑같은 환자들을 가급적 많이 모아서 (50명 이상이면 좋습니다.) 두가지 치료를 해 본 다음에 그 두가지 치료의 결과를 가지고 분석하면 치료법의 우위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환자들의 질환은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환자들을 수십명씩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양의들은 간단한 진단법으로 환자를 분류하지만 한의사들은 환자의 체질이나 기타 굉장히 많은 요소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환자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똑같은 환자에 대한 무작위적 실험으로 비교하는 것이 안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한 말 자체는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차이가 있는 환자군으로 비교실험을 하면 그것은 신뢰성이 없어지니까요.

그런데 만약 그러한 말이 맞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과학적 경험론이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모든 조건이 똑같다면 미래에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는 바탕하에 존재합니다.

(우선, 한의학에는 과학적 경험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첫째, 과거와 미래는 같을 수가 없다. 시간과 공간 환경 모두 변수가 된다. 둘째, 따라서 모든 조건이 똑같다는 전제가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이 한의학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다)

어떤 한의사가 어떤 환자를 치료할 때에 사용했던 방법이 잘 들었다고 하여도 그 치료법을 똑같이 사용하면 다시 또 잘 들을런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세상의 모든 환자는 전부 다 "생전 처음보는 새로운 질환을 가진 환자"라는 이야기입니다. 단 한번도 똑같은 질환은 다시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한의학에서의 '질환'은 서양의학의 그것과 개념이 다르다. 서양의학에서는 '생전 처음보는 새로운 질환'이라고 해야겠지만, 한의학에서는 그런 개념이 있을 수가 없다. 즉 '새로운 질환'이라는 게 없다. 단지, 같은 환자가 없는 것이다. 질환이 같은 환자도 그 기전이 다를 수가 있고, 그 기전이 같아도 발현하는 질환이 다를 수가 있다. '생전처음보는 새로운 질환'은 한의학에는 가능하지가 않다)

세상의 모든 질환이 전부 다 새로운 질환이라면 후배들에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부 다 가르쳐 줘도 그 경험은 쓸모가 없습니다. 왜? 그 경험과 똑같은 환자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테니까요.

(그렇지 않다. 발병기전에 따라 분류를 하게 된다. 이 발병기전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따라서 질환에 차이가 있게 된다. 따라서 같은 환자가 없는 것이지, 그렇다고 무슨 새로운 발병기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발병기전과 그에 따른 진단은 당연히 전수가 가능하다)

한의사는 이렇듯 자신의 관념속에 있는 원리와 자신이 인지하고 사용가능한 방법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환자의 진짜 문제는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완전한 진단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치료자가 인지하는 문제점이라는 것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인지했으면그것에 적합한 대처방안이라는 것은 통계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검증가능합니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진단과 치료에 자신이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주의 조화나 음과 양의 기운을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할 수도 없으면서 그것이 환자의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인지하지 못하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는 다른 검증법도 가능합니다. 어떤 환자가 왔을 때에 한의사가 먼저 진단하고 처방을 내린 다음 무작위로 2명중 1명은 의사가 진단 및 치료를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장기적인 치료성적을 비교해 보면 되죠.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원칙적으로 얘기하자면 치료자(한의사)가 인지하는 문제점은 치료자마다 다르고, 그에 따른 대처방안도 제각각이다. 설령 한의사들간에 최대공약수가 있다 해도 그것이 그에 적합한 대처방안이라는 전제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의학이라는 것이 '조건'을 전제할 수가 없는 학문이라, 검증이라는 말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근거를 뒤집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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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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