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냄새

소선재에서 2010. 6. 10. 19:48

코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냄새가 있기 마련이다. 설령 냄새가 없어도 그것조차 냄새다. 호주의 냄새는,

1. 공항에서의 냄새

잊을 수 없다. 이방인에게는 이것이 바로 호주의 첫 냄새다. 묘사하자면, 호주대륙의 자연과 사람들의 호흡이 섞여서 벤틸레이션 덕트에 걸러진 냄새다. 강하진 않으나 결코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그 냄새.

2. 보라의 그 방향제

공항에 마중나온 동생의 차엔 바닐라향의 방향제가 있었다. 도착한 후 반년넘게 동생 차를 신세지면서 시드니의 가는 곳마다 그 방향제냄새가 나를 압도했다. 차가 없으면 시장에도가질 못하니, 그 바닐라향은 시드니 어디서나 무소부재하였다.

3. 향수와 노린내

처음 실았던 유닛 1층의 한국 아줌마. 여기 와서 처음에 양놈들 노린내때문에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몇 명 있었다. 노린내 심한 백인. 나도 그들에게 마늘냄새가 날까? 싸구려거나 비싸거나 짙은 향수는 질색이나, 어쩌면 노린내보다는 마늘냄새보다는 나을 지도.

호주의 냄새는 약해져만 간다. 내가 그만큼 여기서 살았기때문이다. 한국의 냄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숨 못쉴 정도만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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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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