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날, 조금 일찍 일어나 TV를 켰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2:0이란 점수. 혹시 했지만 역시 북한이 0이었다. 그러나 북한팀은 지고 있는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당당했으며, 주눅들지 않았고, 자신감에 차있었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북한 유니폼의 오른쪽 가슴위에 새겨진 LEGEA라는 글씨를 보면서 그 자신감과 당당함은 최소한 나이키에서 온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이키가 아니어도 축구를 잘 할수 있다는 것. 북한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 LEGEA유니폼을 입는 축구국가대표팀 : 알바니아, 보스니아 앤 헤르제고비니아, 몬테네그로, 북한, 짐바브웨 (출처: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Legea)

| 조회 11 | 2010.06.19. 20:28

그러고 보니 호주에 와서는 한국에서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게 된것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오지 풋볼이나 크리켓보다는 훨씬 더 익숙하기도 하고, 또 첫 경기를 재미있게 봐서 계속 관심이 가는 듯 합니다. 북한과 브라질, 그리고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축구경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있는 날은 학교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일어나 TV를 켰습니다. 스코어는 2대0.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브라질이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북한은 전혀 지고 있는 팀같지 않았습니다. 끝나기 전에는 만회골도 넣더군요. 인상깊었습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한국팀은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주눅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면 북한팀은 2대0으로 지고 있었지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북한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우물안 개구리의 허풍과 배짱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자신감은 분명히 빛을 발했습니다. 남한에 Money talks 가 있다면, 북한에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뭔가가 있는 듯 합니다.

 다른 뭔가를 한 두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북한의 당당함은 한국의 그것보다는 몇 수 위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아직까지도, 적어도 겉으로는 미국과 맞짱을 뜨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북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힘센 이에게 고개 조아리지 않고 자기 식대로 산다는 자신감이 세계랭킹1위 팀과 맞붙어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들 식대로 축구를 하는 밑바탕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민자의 생활, 말설고 사람설은 곳에 와서 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어깨를 움추르며 살게 됩니다. 북한팀의 경기를 보면서, 아무리 뻥카라해도 당당함만은 갖고 볼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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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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