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총회갔다온후 밤을 꼬박 새워서 2800자 에세이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실질적인 방학에 돌입했습니다. 졸업할때까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클리닉에 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시험과 숙제의 압박이 없는 홀가분한 마음은 실로 하늘을 나는 것 같습니다.

 방학을 하고보니 무엇보다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기중에는 내내 머리 한 구석에 박혀있는 숙제, 시험때문에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해도 전적으로 놀아주지 못하고, 또 집안일이며 밥 해먹는 거하며 이런 저런 일들 모두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오늘은 인간답게 사는 첫 날.

제가 한 일은 집안 청소. 장도 보고, 둘째 아이 응가한 것도 씻겨줬습니다. 책꽂이와 책상정리도 마쳤습니다. 깨끗해진 책상을 보니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밥도 인간답게 먹으려고 사시미용 연어를 사서 초밥을 만들어 봤습니다. 주먹밥크기로 초밥을 만들어서 그 위에 와사비와 쌔먼 조각을 올려놓았더니, 맛이 완전 맹탕입니다. 대식가는 미식가가 될 수가 없습니다. 인간답게 먹었다는 것에 만족해야했습니다.

 밥먹고 나서는 인간답게 살려고 제가 저한테 침을 놓았습니다. 마우스클릭질 때문에 오른팔이 아팠는데, 학기중이라 방치해놓았던 참입니다. 침을 놓고서 맘편히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자니, 이게 바로 인간답게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오늘부터 인간답게 살아야겠다'고 떠들었더니, 큰 아이가 한다는 말이, '아빠가 인간을 사러 간다'고 합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더라? 아~ 노래가사였습니다. 앞의 가사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고, 중간부터 기억납니다.

 ~~~~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아~ 민주노조 우리의 희망'

 이 노래가 아닐까..........인간답게 사는 첫날 생각난 노래였습니다.

 
201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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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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