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민신문을 보는데, 어느 교민분의 칼럼이 있더군요.

어제 염화미소님이 하셨던 말씀, '음악'과 '소리'가, 제가 답글로 달았던 '공명'과 '초끈이론'이라는 말도 그 칼럼안에 있었습니다. 지난 5년넘게 초끈이론에 대해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제 이런 얘기를 하고 오늘은 또 신문에서 이런 얘기를 보게 되네요.

소재야 굉장히 비슷했지만 내용은 아주 달랐습니다. 초끈이론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더니 끝에는 기독교의 세계관을 피력하시더군요.

저는 어떤 세계관을 가질지 어떤 종교를 가질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라고 봅니다. 저는 그것이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이런 과정 역시도 프로그래밍이라고 봅니다만, 하여튼 다른 누구가 강제하거나 뭐라 하거나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오늘 그 초끈이론을 언급한 신앙고백에 대해서 무슨 반대가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유감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는 과학의 발견 내지는 업적을 가지고 자기 종교를 정당화하는 것을 보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 양형진교수라는 사람이 있는데 가끔 메이져신문에 기명칼럼을 냅니다. 불자로서 화엄경에 묘사된 세계가 지금 현대물리학이 보는 우주와 얼마나 흡사한지 말입니다.

 오늘 본 칼럼은 마지막에 갑자기 하나님에 대한 찬양으로 나가서 뜬금없다 싶었지만, 설사 말이 되는 논리적인 글이었다 할지라도 공감이 가기 어려웠을 겁니다.  

왜 불교나 기독교나 그렇게 과학의 성과를 가져다가 인용해야하는 것일까요? 답은 자명합니다. 자기 종교가 맞다는 것을, 자기 종교가 옳다는 것을, 자기종교가 합리적이라는 것을, 자기 종교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의 이면에는 지금 이 시대가 과학이 그 어떤 종교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제일 막강한 종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종교가 힘이 셌던 옛날에는 과학을 억눌렀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게 아닐 것입니다.

 왜 그렇게 힘센 누군가를 빌어와야 하는 겁니까? 그냥 자기 존재 그대로 존재증명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도대체 이런 폭력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짜증이 나다못해 우울해집니다. 꼭 힘센 누군가에 알랑방구를 끼고 살랑거리면서 자기들이 더 힘세다고 자랑하는 것 같아 유치하게만 느껴집니다.

과학이 인류의 어리석음을 타파한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이 구원이 될 수 없음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고, 더 자유로운 것도 아닙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곳일수록 불교는 더욱 더 인기를 끌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워낙 무지몽매함에 치우쳐왔으니 더 많은 과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치우친 것의 좌표만 달라졌다 뿐이지 본질은 똑같을 뿐입니다.

과학역시도 앞으로 몇백년 후에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겠지만 하여튼 제가 죽을때까지는 이런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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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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