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아는 분이 결혼에 대한 얘기를 메일로 해오셔서 거기에 대한 답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제가 쓴 부분만 여기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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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관찰을 하고 학위도 받고 그러겠지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갖는 보수성은 충분히 인지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결혼을 기반으로한 가정이 필수적인 만큼, 결혼이라는 제도의 유지를 위해서,아니면 최소한  결혼이라는 제도의 붕괴를 막기위해서 보수주의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요. 동성간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

 호주는 잘 모르겠고요, 한국을 보면, 우습게도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결혼생활은 많은 경우, 일부일처제에 충실한 결혼생활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자들, 씨를 뿌리는 본능이라는 핑계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여자에게는 가혹한 기준을 들이댑니다. 

 현재의 결혼이라는 제도도 역시 제도인만큼 생주이멸의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죽기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제도로서의 결혼은 계속 유지되겠지요. 하지만, 몇백년이 지나면 결혼이라는 제도도 역시 다른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쯤이면 지금 현재의 국가나 민족이라는 개념도 바뀌거나 아마 사라질 것이고요.

 그렇긴해도,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라는 것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남자만큼 여자의 관심을 끄는 존재를 보지 못하였다. 나는 여자만큼 남자의 관심을 끄는 존재를 보지 못하였다' 붓다의 말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부처님의 뜻에 반하는 제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은 일부일처제로 묶이는 결혼이 사유재산, 그러니까 소유라는 것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것과 내것의 구별이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집단혼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결혼제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의 시작도 집단혼이었고 마지막도 집단혼이라면 순환의 고리에 걸맞는 완벽한 수미쌍관이 되겠군요.

 그렇다고 제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속박의 의미가 강하긴 하지만, 이런 속박이야말로 자유를 향한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유는 무엇을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까지 몸으로는 알지 못해도, 머리속으로는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결혼을 안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무지몽매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결혼하고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요.결혼생활이야말로 선방에서 가부좌틀고 앉아있는것보다 훨씬 더 큰 공부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착하고 지혜로운 아내에게 많이 배운 것도 있지만, 설사 악처라 하더라도, 그 배움이 더 크면 컸지 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악처하고 살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훌륭한 아내를 만났는데도 이렇게 때로는 삐걱거리니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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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에 가서는 아내자랑이 되어버렸네요. 아내자랑은 팔불출인데, ㅋㅋㅋ 하지만, 자세히 보면 훌륭한 아내를 만났는데도 이렇다면 역시 나는 못난 놈이다라는 자기고백도 됩니다. 아내자랑을 한게 아니라 제가 못났다는 소리를 해 놓은 것이니 너무 욕하지는 말아 주세요. ^^

 201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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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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