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 읽지 못한 소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

 '곳간에 양식은 충분하고, 지붕도 다 고쳐두었습니다. 장작도 다 마련되어 있고, 가축들도 우리에 잘 가둬놓았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비를 내리려면 내리소서'

 길거리의 수행자의 버전은 이와 다릅니다.

 '잃어버릴 가축도 없고, 고쳐야 할 집도 없고, 보관해야할 양식도 하나 없습니다. 가진게 없으니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비를 내리려면 내리소서'

 하도 오래전에 본 것이라, 그리고 끝까지 읽지도 않은 책이라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법구경을 보다가 '길거리 수행자의 버전'이 법구경에서 온 것을 알고 저으기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2.

한국의 60년대, 70년대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집에서 한겨울에 따뜻한 물을 쓰기위해서는 일일이 물을 데워야했습니다. 세숫대야나 들통에 물을 데웠습니다. 바가지로 퍼서 썼습니다.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온수가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 누군가는 집안에서 따뜻한 물로 씻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나이가 들고, 일년내내 집안 화장실에서는 온수가 나오고, 이제 자동차도 굴리고 사는데도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인터넷 어디에선가 봤습니다. 그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3.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적게 가진 것을 걱정하기보다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문제는 가진게 적어서가 아닙니다. 온수가 나오는 수도꼭지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젠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골프를 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아니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못하는 골프를 나는 하기때문입니다.
논어의 구절을 보면서 2500년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은 별로 변한게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4.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미래에 희망을 품고 살아가라는 말을 볼때마다, 이런 개소리가 어디 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샘터지나 좋은 생각같은 곳에서 이런 얘기들을 볼 때마다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거짓 주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보다는 아예 모든 것을 다 버리는 것이 자유를 향한 길이라고, 그리고 모든 걸 버릴때만이 모든것에 대한 완전한 소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옛날 얘기입니다. ㅋㅋㅋ

 5.

지금의 저는, 현재가 미래에 저당잡히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이것이 제가 머리속으로 아는 것입니다. 잘 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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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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