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코스를 끝내고, 포스트 그래듀에잇 코스를 에이엔유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호주 국립 대학. 학생증도 새로 받았지요. 강의를 들으러 가는데, 강의실은 작년까지 4년을 공부했던 유티에스. 켁! 학교를 졸업했는데 또 같은 학교로 강의를 들으러가니 기분이 복잡미묘하더군요.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을 달리하니 영 생소하더군요. 토 일요일에 보는 학교 모습은 또 달랐습니다.

 

첫날 토요일.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야말로 전세계출신에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하교길에 오십은 넘어보이는 인도출신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저한테 말을 걸어왔습니다. 백그라운드는 자칫하면 무례한 질문이기 쉬운데, 이 아저씨는  서슴없이 묻더군요. 코리안이라는 대답에 바로 코리안 커뮤니티와 교회를 말합니다. 그러려니했는데, 힐송처치 어쩌고 하면서 한번 오라지 뭡니까?

 

힘주어 말했습니다. I won't. I don't think I need to go to church.

 

새로 이사를 해서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야합니다. 한적한 토요일 늦은 오후. 기차안에 흰색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짧은 머리를 하고 왼쪽 가슴엔 검은색 명찰을 패용한 젋은 백인남자가  세 줄 건너 앞에 앉았습니다. 출발전부터 저를 힐끔힐끔 보더군요. 예감이 왔습니다. 몇 정거장지나자 제 앞 자리에 와서 앉더군요.  Church of Latter Day Saints 명함을 주려고 하더군요. 건성건성 대답해주다가 내릴때 말했습니다. Sorry, that's not my way.

 

둘째날 일요일.

 

쉬는 시간에 강의실을 나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사람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대부분 20대입니다. 게다가 여자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강의실 안에서는 기타소리 드럼소리 키보드소리가 요란합니다. 저를 보고 곳곳에서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를 합니다. 넥타이를 맨 중후한 신사분은 저보고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합니다. 젊은 남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교회인가요?"

 

바로 옆 강의실에는 인도네시아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테이블에는 바이블이 쌓여있었고요. 유티에슨츤 일요일에 교회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지난 4년간 전혀 몰랐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곳곳에 모여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저보고 식사하라면서 밥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점심은 도시락에 얻은 밥에 배가 가득 불렀습니다. 콜라캔이라도 하나 주셨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 할렐루야가 나올뻔하다가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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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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