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역경원에서 펴낸 한글대장경본으로 중아함경을 읽었다. 중아함경은 아함부경전의 하나다. 발행년도가 1967년이다. 세로쓰기에 촘촘한 2단편집은 물론이고 묵은 책 냄새는 과연 40년의 세월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한자가 많지는 않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어떤 경전은 불법과 세존을 찬탄하는 내용이 길어 지루한 점도 있는데, 아함경은 초기경전답게 일화중심이어서 읽는데 지루하지 않다. 물론, 경전의 특성상 반복되는 부분이 많긴 하나, 이러한 반복은 오히려 이해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노차경'과 '유행경'이다. 노차경은 노차라는 비구와 부처님과의 대화를 실은 경전이다.  그중 부처님께서 '그렇지 않다. 나라는 생각이 있어 나라고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특히 눈을 사로잡았다.

유행경은 부처님 열반시의 일을 기록한 경전이다.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자등명 법등명'이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으로 알고 있었다.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유행경에  나타난 부처님 최후의 말씀은 '방일하지 마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이다'이다.

'방일하지 마라'. 대개 부지런히 수행에 정진하라라는 뜻으로 새겨진다. 팔리어로는 어떤 말인지 모르겠으나, 한자어인 방일을 보면 의 일에는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뜻이 있고, '방'이라는 글자는 놓아버린다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방점을 일에다가 두면 부지런해야한다는 측면이 크고, 방에 초점을 맞추면 놓아버리지 않고 꼭 붙잡아둔다는 뜻이 크다.

방일하지 말라에는 부지런히 힘써야 한다는 뜻도 있겠지만,  수행의 방편을 놓지 않고 매진해야한다는 뜻도 아울러 새겨야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아난존자와 마하가섭과의 대립도 경전을 소개하고 있다. 부처님의 다비가 7일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불을 붙이려해도 불이 붙질 않았다고 한다. 마하가섭존자가 7일후 도착하고 나서야 다비가 진행됐는데, 아마 이것은 당시 승단내에 마하가섭존자의 세력이 컸다는 것을 나타내는게 아닌가 싶다. 마하가섭존자가 아난존자에게 부처님의 모습을 뵙고자 청하나 아난존자는 이미 장례준비가 끝난 점을 들어 거절한다. 이에 부처님이 관밖으로 발을 내보였다고 되어있다.

아난존자의 거절이유가 마하가섭존자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경전에 나타난 그대로 이미 준비가 다 끝난 상태여서 거절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부처님의 발이 밖으로 나왔다는 것도 어떻게 해석이 되야할지 잘 모르겠다. 마하가섭존자에게 법이 전해졌다는 염화시중의 미소처럼 해석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하가섭존자가 아난존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시신을 친견한 것인지 나로서는 알기 어렵다.

오랜만에 경전을 읽으니 그 재미와 감동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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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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