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풍
단풍들었다
청계산 계곡 나뭇가지끝에
약수터 입구 구절초뿌리끝에
단풍들었다
은행나무잎 가운데부터 노랗게
졸참나무 떡갈잎 이제 그만 낙엽색으로
단풍들었다
바람은 서거걱 단풍잎 사이로 휘돌아나가
매봉우리 송전탑부터
저기 저 구름뒤 하늘까지도
단풍들었다
낙엽이 쌓여 켜켜이 길 검어지고
그 길 하늘로 뻗어 먹구름 내려 앉으면
이윽고 단풍 우수수
흑 흑 흑단풍되어
나뭇잎시체위로 내리는 첫눈
그때까지 청계산 단풍들었다
2004. 11. 2.
一虎 김태경
스무살의 하루와 십삼년 후
잠을 잔다
잠에서 깼다
할일이 없다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었다
할일이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을 다 생각했다
할일이 없다
나는 아무런 할 일이 없어
흐르는 시간과 마주 앉았다
스물스물 다가와
곧장 옆으로 빠져나가는 시간
마치 비행기의 날개와 만나는 공기처럼
계곡의 돌들을 지나치는 물줄기처럼
만났으나 만나지 못하는 너와 나
나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채
만날 수 없는 하루속에 앉아 있었다
아직 남은 약간의 기다림과 외로움
그러나 나는 자유
200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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