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악사

 

 

헤비급덩치에 사슴의 눈을 한 그를
나는 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찰리는 수요일 아침
센트럴에서 노래를 한다

길다란 지하보도에서 그의 노래가 들리면
나는 그의 검은 피부가 백옥같다 생각하는데
순간 사람들은 사슴이 되고
그의 기타케이스는 돼지저금통이 된다

나는 가난하여
돼지를 먹일 수 없으므로
차마 사슴이 될 수는 없지만
이런 나를 알리없는 찰리는
나를 사슴으로 만들 백옥의 주문을 쏟아 낼 터였다

사슴이 될 수 없는 나는
애써 고개돌려 황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내 귀는 차마 발걸음을 쫓지 못하고

어쩌나, 나는
오늘도 찰리앞에 빚진 사슴이 되었으니

내가 돼지를 먹일 수 있는 날
그에게 물어보리라
찰리, 빚진 사슴을 만드는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2008. 8. 17 
                                                          一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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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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