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를 위하여'라는 책을 빌려서 보았습니다. 10년전의 책입니다. 삽십대 후반의 김규항이 그 안에 있었고, 홍세화, 진중권, 김정란이 공동 필자입니다. 아웃사이더라는 잡지를 내기전에 출판한 네 사람의 글을 모은 단행본입니다.

지금의 김규항과 그때의 김규항의 글은 꽤나 다릅니다. 지금의 글이 더 세련되었다는 생각입니다. 10년전의 글에서 김규항은 본인을 건달로 표현하는데, 지금의 김규항도 건달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표현한 것처럼 사람들은 김규항을 강인한 지사형 인간으로  보지만, 김규항이 생각하는 김규항은 - 이게 더 사실에 가까울 텐데요- 예술적 기운이 충만한 사람에 가깝겠다는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딴따라끼가 많은 사람이지요. 어울리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요.

홍세화는 예전에 한국에서 그의 책을 읽을때와는 달리 느껴졌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이민자로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홍세화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망명기간을 생각하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한국에 다녀올 수 있지만-실제 여건을 떠나서요-, 제가 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 뭐랄까요, 상실감, 막막함, 이런 것들의 무게는 정말 숨이 막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세화가 나이들어서 아내의 반대에도 한국으로 혼자 돌아온 것도 마음으로 먼저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소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제가 첫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술을 못 마시고, 둘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돈에 관심이 없고, 셋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같은 이유였는데요, 여기에 와서 보니, 저는 한국에서 아웃사이더이긴 했으되, 그렇다고 마이너리티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호주에서 마이너리티로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죠. 진짜 마이너리티가 되면서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마이너리티의 삶을 알게 해준 호주에 감사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마음이 별로 안 드는 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욕망덩어리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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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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