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드디어 장작불 직화구이및 꼬치구이를 했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걸쳐 장작불 직화구이와 꼬치구이 준비를 했는데요, 준비과정에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만 이틀을 자리에 누워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사진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블루마운틴에 부시워킹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곳은 웬트워쓰 폴 트랙입니다. 시드니에서 부시워킹을 간 것은 금년에 처음입니다.

아침 6시에 지인을 스트라스필드에서 픽업해서 M4를 이용해서 블루마운틴으로 갔습니다. M4는 통행료가 없어져서 좋았습니다. 전에는 파라마타까지 가서 거기서 M4로 진입했는데요,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하지가, 아니다. 여기는 남반구니까 동지라고 해야겠네요. 동지가 지나니 확실히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웬트워쓰 폴 트랙 주차장에 도착하니 날이 훤했습니다. 주차장은 텅비어 있었고 제가 1등. 등산화 끈을 조이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배낭을 매고, 등산스틱 한 쌍을 가지고 갔는데, 하나는 고장이 났더군요. 하나만 늘여서 짚고는 트랙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날은 많이 춥지는 않았습니다. 웬트워쓰 폭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잘 있더군요. 떨어지는 폭포수도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이 그대로였냐고 한다면, 예전에 제가 봤던 그 물방울들은 아니겠지만요. 한국과는 다르게 계곡과 폭포의 수량은 여전했습니다. 한국의 산은 겨울이 심한 갈수기입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협곡에 구름이 깔려있었습니다. 트랙에서 만난 사람도 많지는 않았고요. 평일인 탓도 있었겠지요. 같이 간 사람과 하도 수다를 떨며 가느라, 막상 경치를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몇번 가본 곳이어서 그럴 필요도 없긴 했습니다만.

처음 내리막길에 무릎에 좀 충격이 있나 싶었는데, 곧 괜찮아졌습니다. 나중에 오르막길 트랙에서는 숨도 차고 땀도 나고요. 오랜만에 땀흘리고 숨이 차니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블루마운틴도 괜찮긴 합니다. 처음엔 내려가야 하지만, 어쨌거나 오르막길도 있고, 또 짧은 코스부터 긴 트랙까지 다양한 코스들도 많고요.

하지만, 블루마운틴에는 없는게 있습니다. 바로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맛입니다. 땀흘리고 정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는 그 맛은 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산이라기 보다는 협곡에 가까운 블루마운틴에서는 이런 기분을 느낄 수가 없지요. 물론, 꼭 무엇을 찾거나 얻기 위해서 등산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정상에 올라도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다시 주차장에 돌아오니 차들도 가득했고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가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블루마운틴. 산은 산인데, 산이 아닌 산이라고 말이지요.

다음엔 호주한인포럼 회원분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일시가 적당해야겠지요? 트랙중간에서 옆으로 새서, 버너 코펠에 라면끓여먹는 불법행위에 동참하실 수 있는 분이면 더욱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하니, 이럴 불법취사행위가 필수는 아닙니다. ^^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말라는 거 하는게 훨씬 더 재밌고, 더군다나 산 속에서 먹는 라면은 집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말입니다. ^^


201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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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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