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나의 문자중독증에 대하여 커밍아웃한 바 있다. 전에 살던 집은 한국식품점과 가까이 있었다. 금요일이나 주말에 가면 사실  거의 '광고지'에 불과한 교민매체가 쌓여있었다. 이 놈의 문자중독증은 그 중 읽을만한 몇개만 집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못한다. 모든 교민매체를 다 가져오고 그것을 일람하는데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 바쁠때는 몇 주치가 쌓이기도 한다. 아무리 광고지에 불과하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일별하고서야 버리곤 했다.

기억나는 것으로 주간호주의 '쌈돌이의 호주이야기'인지 하는 칼럼이 기억난다. 이 글을 쓴 분은 얼마전에 교민사회의 일간지 사장으로 취임하셨다는데, 이 연재칼럼으로 한국에서 책까지 내신 모양이다. 사실 이 분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또 내용또한 그다지 공감이 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분이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매우 존중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분의 글에서는 가식이 없다. 잘난 척 하는 것도 없고 아는 척 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런 것을 경멸하는 대단한 자존감이 엿보인다. 한마디로 매우 솔직한 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의 글은, 나의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다. 초라한 자신을 어렵고 현란한 말로 감추는 것 보다는 저잣거리의 말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최소한 썩은 냄새는 안 나기 때문이다.

이런 자존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소위 '성공'에서 온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삶의 전 과정을 통해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성공이건 실패건 자신의 삶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만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에서, 이러한 자존감이 나온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분의 글 중에 인상깊은 칼럼이 있다. (사실 요거 딱 하나다 ^^)

(밑의 링크는 전문보기)

http://weeklyhoju.jkent.com.au/bbs/bbsView.php?id=460252&page=1&code=old_board&bbs_id=2&keyword=%C0%E1%C0%BB&field=content&searchTerm=a

(전략)

“오마니 내 말 좀 들어보이소” 하고 방금 버스 정류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더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그래 니가 잘 참았다. 괜히 길거리에서 그런 시비를 거는 얘들은 그냥 참는게 잘한거야” 하고 대견스럽다는 눈길을 보내셨다.
그래서 나는 그게 잘 한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나에게 담배 한 개피 안준다고 쫀쫀하다고 욕을 하던 그놈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잘 참고 잘 한건데 왜 나는 이놈 때문에 잠을 못 자는거지? 하고 그날 밤을 설친 후 다시 학원을 가니 무척 피곤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아른거리는 그놈의 얼굴.. 얼굴... 얼굴들...
루루루루~ 루루루루~~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어느 정도 생긴대로 살아야 제명까지 산다는 사실을...

(후략)

이 분의 칼럼이 내 스타일도 아니고 내 공감도 얻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누가 시비를 걸어오면 한대 맞을까 무서워 다리가 달달 떨리고 어떻게 하면 잘못했다고 빌까하는 생각부터 하는데, 이 분은 일단 주먹이 우는 그런 스타일이다. 당연히 나와 맞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 분도 역시 사람이니 깨달음의 경로는 달라도 깨달음은 같을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자기 생긴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기 생긴대로 안 살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그럼 여기서 들리는 당연한 반문. '그럼 나 하고 싶은데로 살라는 말이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이제 나의 칼럼을 마칠 때가 되었다. 사실 이 한용운 호주XX일보 사장님의 말씀은 틀렸다. '사람은 어느 정도 생긴대로 살아야 제명까지 사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자기 생긴대로 살다가 제 명에 죽게 되어 있다'. 사람은 자기 생긴대로 안 살려고 해도 자기 생긴대로 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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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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