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의 온산중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사랑의 체벌'동의서



여기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별로 좋아보일 것도 없다. 아니 한국보다 못하다. 오래된 건물에 낡은 시설, 지저분한 거리 오래된 자동차들. 그런데,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은 얘기가 달라진다.


클래스메이트중에 노암이라는 놈이 있다. 서른넘은 총각에 한국여자가 제일 예쁘다고 하는 유태인이다. 이 놈은 끊임없이 말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당연히 강의가 소란스러워진다. 대만에서 온 리는 한번은 참지 못하고 조용히 하라고 하기까지 했다. 소용없다.

교수중에 이 노암에게 뭐라고 한 사람은 딱 한명이다. 싱가폴출신의 양. 중국계이다. 이 교수는 예민한건지 누가 떠들면 짜증을 낸다. 그러나, 다른 백인교수들은 자기들도 짜증이 좀 날만한데,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리는 한번은 학과장에게 수업시간이 너무 소란스럽다고 당신책임이니 노암에게 주의를 줘야 한다고 불평을 했다. - 이렇게 학과장 교수에게 불평하고 요구하는 것도 어째 나로서는 상상이 안 되었던 일이다.

내가 리로부터 전해들은 학과장의 대답은 '내가 주의를 주면 그는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나는 그를 기분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학과장은 워낙 사람이 좋으니 그렇다고 해도, 다른 교수들도 전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교수들도 자기들끼리는 얘기를 하겠지. 누구는 어떻고 지금 학년은 어떻고 등등

너의 일에 상관안 한다는 개인주의. 이 나라에서는 소란스러운 강의분위기도 개인의 문제인 듯 싶다. 교수는 강의를 하면 그만. 학생들은 듣고 싶으면 듣고 말고 싶으면 그만이다. 내 강의 듣기 싫다는데 뭐 어쩌라고? 어쨌거나 그들은 수업료를 내는 학생들이고 나는 내가 가르칠만큼 가르치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 갓 스물넘은 마이클이 50넘은 학과장어깨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기대고 서서 농담을 한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강의실을 들락 날락거리고 휴대폰도 여기 저기서 쉴새없이 울린다. 강의시간에 도시락 샌드위치 먹는 놈들은 항상 한 두명씩 있다. 교수강의도중에 가방싸고 나가면서 교수한테 굿바이 하고 간다.

하이스쿨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수업분위기가 개판인게 제일 힘들다고, 하이스쿨 티쳐인 켄은 내게 말했었다. 반면 선생은 학생들에게 소리만 질러도 잘린다고 켄은 역시 말했다.


서양에서도 체벌은 강했다. 그러다가 어떻게 지금처럼 체벌이 없는 교육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교육이론의 영향인지 아니면 사회문화의 영향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쨌건 지금 여기서는 선생이 학생들에게 소리만 질러도 잘린다. 체벌? 체벌을 하면 교도소로 가겠지. 부모가 애를 때려도 잡혀들어가는 판에 선생은 무슨....

사랑의 체벌은 없다. 체벌이 사랑이 되려면 붓다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붓다가 되지 못한 상태라면 그건 폭력이다. 체벌은 학생들을 선생말 듣게 하려고 하는 강제수단이고 육체와 정신에 가해지는 폭력에 불과하다. 이런 폭력으로는 절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애들을 바꾸고 싶다면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사랑으로 대하는 건 어렵고 힘들고 오래 걸리고 쉽게 되지 않으니 선생들이 몽둥이를 드는 것이다. 체벌을 하면 우선 애들이 폭력앞에 수그러들어서 일단 말 듣는 것으로 보이고, 선생은 힘들게 말로 안 해도 되고 금방 효과나고 얼마나 편한 일인가?

하지만 그 어떤 폭력도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말 듣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이런 폭력이 학교에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면 그건 더 무섭다. 왜냐하면 그 폭력은 폭력으로 인지되지 않는, 폭력의 탈을 쓰지 않은 폭력이기때문이다. 폭력인데 폭력이 아니라니. 애들은 폭력에 길들여지고 폭력에 무감각해진다. 폭력에 당하면서도 폭력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폭력을 가하면서도 이게 폭력이라는 생각을 못 한다. 모두 이것이 '사랑의 매'의 효과다.
 
이런 폭력을 보고 자라고 경험한 사람들의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존감의 결여다. 괜히 주눅이 들어서 어딜가도 당당하지 못하다. 누가 뭐라고 할까봐 미리부터 주눅이 들어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폭력의 체화다. 상대가 자기보다 약하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폭력적으로 된다. 7~80년대에 사랑의 체벌이 당연했던 시대. 그때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를 다닌 바로 나의 얘기다.

기사를 보니, 불량학생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이제부턴 때려서 가르쳐야겠다고 한다. 아직도 '사랑의 체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나라에 어떻게 내 자식을 보낼 수 있을지, 한국에 가고 싶다가도 이런 걸 보면 정이 확 달아난다. 강한자에겐 약하고 약한자에겐 강하고, 폭력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초상이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2&articleid=2008101402350667219&newssetid=82

사진은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53&articleid=2008101403104137034&newssetid=1270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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