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나는 참 많이도 걸어왔네

 

이 길을 걸으며

언제 저 길을 가보려나

멀고도 아득한 길

 

어린 구름 젊은 바람 늙고도 높은 바위를 품고서

나는 지금껏 걸어왔네

 

저 길을 향해 애써 걸어온 이 길

많은 낮과 밤을 지낸 후에야

나는 배웠네

이 길이 바로 그 때의 그 길임을

이 길이 바로 내가 가야할 길이었음을

 

해는 져도 달그림자 눈부셔

길은 사라지고 걸음만 남은 나의 길

 

다만 나는 걷고 있다네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니

아무데도 떠나지 않는다네

 

아무데도 떠나지 않으니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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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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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거들랑

 

내가 죽거들랑 슬퍼 말아라

나는 한 세상 잘 살았으니

 

내가 죽거들랑 아쉬워 말아라

나는 이 세상을 사랑했고

이런 나를 너희는 사랑했으니

 

하늘이 보매 내가 필요했던지라

나는 땅위에서 낳였고

또 하늘이 보매 수고를 다했음이라

이제 다시 땅으로 돌아가리니

나고 죽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에 있으랴

 

하니, 내가 죽거들랑 노래를 불러다오

당신의 사랑은 가없었다고

하여 당신은

내게서

숨쉬고

있다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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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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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나침반

 

자유주의를 민족주의가 이겨먹고

민족주의는 사회주의가 이겨먹고

사회주의는 공산주의가 이겨먹고

공산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이겨먹고

무정부주의는 다시 자본주의가 이겨먹으니

 

나는 여기서 만세삼창을 합니다

자유주의부터 자본주의까지 만세

그 모든 주의와 이즘과 전쟁과 파괴에 대하여 할렐루야

 

돌기만 돌 뿐 어디든 가리키지 않는 나침반

그 가리킴없는 가리킴이여 아멘

그 멈추지않는 멈춤이여 나무아미타불

 

눈뜬 자는 목을 놓으리라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주의여 안녕

똥이 있는 한 밥 또한 끊이지 않으리니

옴 샨티 샨티

세상의 모든 주의여 이즘이여

권세와 영광이 만세토록 영원하소서

 

 

20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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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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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카테고리 없음 2015. 6. 22. 21:26

 

 

 

기 념 사 진
-
백석의 '고향' 변주하여

 

나는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아내가 될 애인과 함께 사진관에 들렀다
사진관은 길모퉁이건물 4층 후미진 곳의 낡은 문안에 있어

흡사 몇십년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빛바랜 액자와 사진속의 사람들 모다

한참 지난 모습들이었다

 

사진관 주인은 우리를 보고

검은 차양앞에 앉으라 하고는

고개를 이래라 머리를 저래라 한참을 시키고 나서

조명을 번쩍거리더니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보여주며

어떤 사진으로 하겠냐고 묻는 즉

나와 나의 애인은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그 사진속

나와 내 애인은 사진관 자세로 앉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는데

둘의 지나간 시간과

그리고 앞으로의 알지 못하는 미래가 그 미소속에 다 있었다.

 

그 사진속 연인의 모습을 보자

가슴은 먹먹해지고 눈물은 시큰거려

나는

내 아내를

바로 볼 수가 없었다

 

 

                                                       2005. 3. 7

                                                              一虎

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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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밥불이 3

 

 

마니 무그라, 와

 

할머니의 말은

엄마의 젖이 되었다가

 

기저귀로 나와

다시 할머니의 보약이 됩니다

 

 

십전대보탕보다 더한

그 명약은 아기의 황금똥

 

대를 이어 죽지않는

현묘한 승리입니다

 

 

2009. 8. 10

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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