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쇼핑센터에 갔습니다. 히터를 사러 갔는데요, 케이마트에는 히터가 하나도 남질 않았더군요. 타겟에는 몇개 있긴 했는데, 집에 있는 오일 히터라 그냥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쇼핑센터에 가면, 파는 물건들이 한국하고는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식주문화가 다르니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얼마를 더 살아야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살지 모르겠습니다.

2.

논어 첫 구절은 꽤나 유명합니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두번째 구절도 꽤나 유명합니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 특히 우스개로 인용되기도 합니다. 세번째 구절은 그다지 유영한 구절은 아닙니다. 인부지이불온이니 불역군자호아.

 대충 해석해보자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친구가 찾아와서 같이 수다떠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닌가. 이 정도가 됩니다.

 전 앞의 두 구절보다  세번째 구절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든 생각은, 이 세 문장을 논어의 맨 앞에 편집한 사람은 거의 한소식 했다고 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 문장 모두 공자의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논어라는 책은 공자 사후에 편집된 책이거드요.

 논어에는 멋진 구절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에 비해서 맨 앞의 두 문장은 그저 그래보입니다. 뭔가 심오한 것 같지도 않고, 대단한 의미가 있어보이지도 않습니다. 댓구의 묘미도 보이질 않습니다. 한마디로 깊은 뜻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나마, 세번째 구절이나 되어서야, 좀 새겨볼만한 구석이 있는 것 같고, 그런대로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최근에 든 생각은, 논어의 이 첫 세 문장이야말로 논어의 알파와 오메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것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런거 저런거 알고 배우는 기쁨 - 그것이 설사 작은 목공일이나, 기타를 배우는 일, 배드민턴을 하는 거나 그런 것이라 할지라도요,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에, 말 통하는 사람과 이런 저런 세상사는 얘기하는 거, 그리고, 남이 뭐라 해도 그냥 나답게 사는 것. 세상사는 건 이것말고는 더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이런 말을 한 공자도 공자지만, 이 세 문장을 논어의 맨 처음에 집어넣은 사람도 대단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경'자가 들어간 책의 첫 구절은 꽤나 유명해서 설사 그 책을 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귀동냥정도는 했을만한 말들입니다. 대학이나 중용의 첫 구절도 그렇고요. 도덕경의 첫 구절은 '도가도 비가도' '명가명 비상명'입니다. 도덕경에도 멋진 구절들이 많지만, 이 첫 구절이 어찌보면 도덕경의 대표적인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경전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금강경은 많은 학자들이 세번째 대승정종분을 금강경의 정수로 꼽고 있고요. 하지만, 반야심경은 제일 첫구절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이 부분을 핵심으로 봅니다. 저도 처음 반야심경 해석을 보는데 이 구절에 뻑갔었지요.

 

4.

제가 성경은 잘 모르는데, 방금 구글링을 해보니, 창세기 제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라'이렇게 나오는군요. 아마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이 창세기 1장 1절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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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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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엔 드디어 장작불 직화구이및 꼬치구이를 했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걸쳐 장작불 직화구이와 꼬치구이 준비를 했는데요, 준비과정에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해서 만 이틀을 자리에 누워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사진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블루마운틴에 부시워킹을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곳은 웬트워쓰 폴 트랙입니다. 시드니에서 부시워킹을 간 것은 금년에 처음입니다.

아침 6시에 지인을 스트라스필드에서 픽업해서 M4를 이용해서 블루마운틴으로 갔습니다. M4는 통행료가 없어져서 좋았습니다. 전에는 파라마타까지 가서 거기서 M4로 진입했는데요,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요.

하지가, 아니다. 여기는 남반구니까 동지라고 해야겠네요. 동지가 지나니 확실히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웬트워쓰 폴 트랙 주차장에 도착하니 날이 훤했습니다. 주차장은 텅비어 있었고 제가 1등. 등산화 끈을 조이고, 무릎보호대를 차고, 배낭을 매고, 등산스틱 한 쌍을 가지고 갔는데, 하나는 고장이 났더군요. 하나만 늘여서 짚고는 트랙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날은 많이 춥지는 않았습니다. 웬트워쓰 폭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잘 있더군요. 떨어지는 폭포수도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이 그대로였냐고 한다면, 예전에 제가 봤던 그 물방울들은 아니겠지만요. 한국과는 다르게 계곡과 폭포의 수량은 여전했습니다. 한국의 산은 겨울이 심한 갈수기입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협곡에 구름이 깔려있었습니다. 트랙에서 만난 사람도 많지는 않았고요. 평일인 탓도 있었겠지요. 같이 간 사람과 하도 수다를 떨며 가느라, 막상 경치를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몇번 가본 곳이어서 그럴 필요도 없긴 했습니다만.

처음 내리막길에 무릎에 좀 충격이 있나 싶었는데, 곧 괜찮아졌습니다. 나중에 오르막길 트랙에서는 숨도 차고 땀도 나고요. 오랜만에 땀흘리고 숨이 차니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블루마운틴도 괜찮긴 합니다. 처음엔 내려가야 하지만, 어쨌거나 오르막길도 있고, 또 짧은 코스부터 긴 트랙까지 다양한 코스들도 많고요.

하지만, 블루마운틴에는 없는게 있습니다. 바로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맛입니다. 땀흘리고 정상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는 그 맛은 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산이라기 보다는 협곡에 가까운 블루마운틴에서는 이런 기분을 느낄 수가 없지요. 물론, 꼭 무엇을 찾거나 얻기 위해서 등산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정상에 올라도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다시 주차장에 돌아오니 차들도 가득했고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도 많았습니다. 가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블루마운틴. 산은 산인데, 산이 아닌 산이라고 말이지요.

다음엔 호주한인포럼 회원분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일시가 적당해야겠지요? 트랙중간에서 옆으로 새서, 버너 코펠에 라면끓여먹는 불법행위에 동참하실 수 있는 분이면 더욱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하니, 이럴 불법취사행위가 필수는 아닙니다. ^^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말라는 거 하는게 훨씬 더 재밌고, 더군다나 산 속에서 먹는 라면은 집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말입니다. ^^


201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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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를 위하여'라는 책을 빌려서 보았습니다. 10년전의 책입니다. 삽십대 후반의 김규항이 그 안에 있었고, 홍세화, 진중권, 김정란이 공동 필자입니다. 아웃사이더라는 잡지를 내기전에 출판한 네 사람의 글을 모은 단행본입니다.

지금의 김규항과 그때의 김규항의 글은 꽤나 다릅니다. 지금의 글이 더 세련되었다는 생각입니다. 10년전의 글에서 김규항은 본인을 건달로 표현하는데, 지금의 김규항도 건달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표현한 것처럼 사람들은 김규항을 강인한 지사형 인간으로  보지만, 김규항이 생각하는 김규항은 - 이게 더 사실에 가까울 텐데요- 예술적 기운이 충만한 사람에 가깝겠다는 생각입니다. 한마디로 딴따라끼가 많은 사람이지요. 어울리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요.

홍세화는 예전에 한국에서 그의 책을 읽을때와는 달리 느껴졌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이민자로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홍세화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망명기간을 생각하면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한국에 다녀올 수 있지만-실제 여건을 떠나서요-, 제가 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 뭐랄까요, 상실감, 막막함, 이런 것들의 무게는 정말 숨이 막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세화가 나이들어서 아내의 반대에도 한국으로 혼자 돌아온 것도 마음으로 먼저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소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제가 첫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술을 못 마시고, 둘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돈에 관심이 없고, 셋째,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같은 이유였는데요, 여기에 와서 보니, 저는 한국에서 아웃사이더이긴 했으되, 그렇다고 마이너리티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호주에서 마이너리티로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죠. 진짜 마이너리티가 되면서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마이너리티의 삶을 알게 해준 호주에 감사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마음이 별로 안 드는 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욕망덩어리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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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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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 이야기입니다.

통계학 수업에서 두명이 한 조로 침술에 관련된 의학논문 세 편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편두통치료에 대한 침술과 양약의 비교실험이 토픽이었지요. 의학논문검색은 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논문초록을 보고 찾게 됩니다. 적당한 논문 찾가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두편을 찾고 나머지 하나는 도서관사서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게 어렵게 찾았습니다.

의학잡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파트너에게 갔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무슨 소식부터 들을래요?"

"좋은 소식이요"

"좋은 소식은 그 논문을 찾았다는 겁니다"

"와 잘됐다! 그럼 나쁜 소식은 뭔가요?"

"중국어논문이에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논문초록은 영어로 되어있었는데, 찾고 보니 본문은 중국어로 되어있었던 겁니다. 우쒸~~~~~~~~~

 니 하오마. 짱께 호떡 조아해. 우리 짜장면 볶다가 불났어해. 워아이니. 피야요랑마. 쎄쎄


201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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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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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지낸지도 5년이 넘었습니다. 제가 여기와서 가장 많이 배운 건 바로 요리입니다. 요리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을 한 것도 아니고요,매일 집에서 밥해먹고 살다보니, 5년전보다 제 요리실력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최근에 방학동안 집에서 제가 해 먹은 것만 해도, 사시미용 연어를 사다가 초밥을 만들어 먹었고요, 가쓰오 부시 소스로 일식덮밥 돈부리를 해먹었습니다. 갈비찜은 아저씨 두명을 집에 불렀을때 했고요. 그때는 감자를 손으로 갈아서 감자전도 했네요. 공원에 가서 직화구이해먹으려고 직접 꼬치까지 만들었고요. 아~ 다시마국물을 내서 꼬치오뎅도 해 먹었군요.
최근에는 튀김기도 사서, 마늘소스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었습니다. 삼계탕이나 닭곰탕 먹다가 닭튀김먹으니 좋더군요. 튀김기 없을때도 조그만 냄비에 프라이드 치킨을 했었는데, 그때는 실패였고 대신 돼지고기 탕수육을 해 먹었습니다. 짜장면도 만들어서 애들 멕인적도 있고요, 전에는 김치를 담그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부엌일을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너무 힘들어요. 저녁 6시에 부엌에 들어가서 다시 앞치마를 벗게 되면 밤 9시입니다. 학교다닐때는 도시락까지 싸야하는데 이만 저만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때 도시락 지긋지긋했는데, 다시 또 도시락과 함께 하는 인생이라니 화딱지납니다. 부엌에 있으면 다리도 아프고 일은 끊이지 않고 냉장고까지 말썽이어서 청소도 자주 해줘야 합니다. 정말 부엌일은 너무너무 힘듭니다.

이러니, 가정의 평화에도 도움이 안 되지요. 부엌에만 들어가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요리할때 그릇 집어던지는 건 예사입니다. 식후 설겆이는 대개 아내가 합니다만, 요리할때 나오는 설겆이거리도 보통이 아닙니다. 자취생활할때 주부습진이 걸린 적이 있는데요-그때는 부엌일도 별로 안했는데 말이지요-, 이러다가 또 주부습진이 재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손목도 아프고요, 담배불에 조금 데는 건 화가 안 나는데, 프라이팬의 기름이 조금만 튀어도 앗 뜨거를 백번도 넘게 합니다. 애들이 부엌근처만 와도 신경질부리기 일쑤이고요.
이러다가 부엌에 내 뼈를 묻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딜 놀러가려고 해도 먹을거 준비할 생각하면, 짜증부터 납니다. 그나마 김밥보다는 삼각김밥이 간편하긴 한데, 그것도 안에 들어갈 양념준비하려면 족히 한시간은 넘거든요.
한국에 가서 살고 싶은 이유가, 딱 두개인데, 하나는 등산이고, 하나는 부엌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지낼때는 바깥 식당에서 먹는 거 싫어했는데, 천원짜리 김밥한줄, 삼천오백원짜리 돈까스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호주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살이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 순간도 지나가긴 하겠지요. 짜증내지않고 부엌일하는 아내가 존경스럽습니다.

 
201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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